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방향으로 ‘하이어 포 롱거(Higer for Longer)’를 고수하며 당분간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돌아간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으며,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의미다.
'거시경제 일타강사'로 불리는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연준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늦게,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 더 적게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심리가 확산되면 물가가 재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통화완화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 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연초만 하더라도 최고 7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연내 1~2차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하반기에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도 통화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고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1.3%)이 예상치를 훨씬 웃돈 탓이다. 한은이 경기는 더 밝게 보면서 동시에 금리를 낮추는 모순적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오 팀장은 "스위스와 스웨덴을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유럽이 경기 침체를 우려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 수출과 내수가 탄탄히 버티고 있어 선진국 상황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의 불확실성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으면 통화정책을 전환하기 쉽지 않다"며 "2~3분기 성장률을 지켜보며 미 연준보다는 빠르게, 다른 나라보다는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과 같이 거시경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재테크 전략으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금리 변동성이 예고된 만큼 자산을 여러 곳으로 넓게 펼치는 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달러당 1300원을 웃도는 환율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지정학적 분쟁이 곳곳에서 이어지는 현재의 금융환경을 생각하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오 팀장은 "최근의 금융시장은 더이상 과거의 논리가 통하지 않고, 시장에서도 어떤 상품이 좋은지 분류하기 쉽지 않다"며 "빨라지는 자금의 이동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월배당이 가능한 '커버드콜 ETF'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고배당주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금·달러 등으로 투자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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