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지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가 가장 강력한 최고지도자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으나, 세습 거부감이 만연한 이란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헌법 상 대통령 유고 시 제1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맡고, 50일 내에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모하메드 모흐베르 제1부통령이 당분간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통령직보다 더욱 관심사는 차기 최고지도자이다. 신정 국가인 이란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2인자인 반면 최고지도자가 종교와 정치를 통합한 실질적 국가 원수 역할을 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치러진 이란 총선에서는 차기 최고지도자 선정을 맡는 약 90명의 전문가 회의(Assembly of Experts) 회원 선출도 새롭게 이루어졌다. 이에 올해 85세로 고령인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선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던 차였다.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가 물러나게 될 경우, 이란은 1979년 발발한 혁명 이후 2번째로 최고지도자 교체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시 되던 또다른 인물은 바로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다. 따라서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지금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강력한 최고지도자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세운 이란으로서는 세습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고, 대중에 자주 얼굴을 비추지도 않은 가운데 역량을 시험할 기회도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고지도자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종교 시스템을 지지하는 대중들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평했다.
이 와중에 미국 씽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이달 초, 라이시 대통령이나 모즈타바 하메네이보다도 알리레자 아라피(Alireza Arafi)가 최고지도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67세인 아라피는 이슬람 성직자 출신으로 전문가 회의 회원이자, 12명으로 구성된 핵심 지도부 '수호자 위원회(Guardian Council)'의 위원이기도 해 종교계와 정치계 모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어 온 아라피는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로부터도 "독창적이고 지적이며 지략이 풍부한 법률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해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치고 최고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스팀슨센터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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