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식 "中, 군사 공격 중단하고 성의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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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4-05-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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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차례 언급한 중국···경계·협력 메시지 동시에

  • 미중 갈등 속 라이칭더 '현상 유지' 방점

  • 中전문가 "양안관계 낙관적이지 않아"

대만 16대 신임 총통 라이칭더가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식 행사에서 전임자인 차이잉원 전 총통과 나란히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만 16대 신임 총통 라이칭더가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식 행사에서 전임자인 차이잉원 전 총통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회색 위협(본격적인 전쟁 수준에 못 미치는 정치적 목적 등을 띤 도발 행위)은 글로벌 평화 안정에 최대 전략적 도전이다.”

친미·반중 성향인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은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16대 총통 취임식에서 ‘민주·평화·번영의 대만’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공격 중단을 촉구하며 중국이 성의를 갖고 대만과 협력해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평화와 공동 번영을 추구할 것을 촉구했다. 
 
9차례 언급한 '중국'···경계와 협력 메시지 동시에

라이 총통은 이날 약 3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중국’을 9차례 외치며 중국을 향해 경고와 협력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전임자인 차이잉원 총통이 2020년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란 단어를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공격을 중단하고, 대만과 함께 대만 해협과 지역의 평화 안정을 책임지고 유지하는 데 전념해 전 세계가 전쟁 발발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는 이상을 갖고 있지만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아직 대만 침공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우리는 중국의 주장을 완전히 받아들여 주권을 포기하더라도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의 다양한 위협에 직면하여 우리는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또 중국을 향해 “중화민국(대만)의 존재를 직시하고 대만 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성의를 발휘하고 상호 존중의 원칙에 따라 대만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합법정부와 협력하고, 대결을 대화로 포위를 교류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선 양자 간에 대등한 관광·여행과 (중국) 학생의 대만 취학부터 시작해 함께 평화·공동 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고 양안 협력 의사도 전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 국가 주권에 대해서도 7번 언급했다. 특히 그가 “주권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며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는 현장에서 10초 가까이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은 세계 안보 번영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국제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미국이 지난달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을 지원하는 인도·태평양 안보지원 강화 예산법을 제정한 것에 대해 감사 의사도 표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이 법을 제정한 것과 관련해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으로 외부 간섭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바 있다. 
 
미·중 갈등 속 라이칭더 '현상 유지' 방점···양안 관계 어디로

이번 취임 연설에서 라이 총통이 대만 독립을 언급하지 않고 중국 본토와 대화·협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중국이 요구하는 ‘하나의 중국’을 수용하지 않고 대만 민주주의와 주권을 수호하는 ‘현상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향후 양안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라이 총통 취임 당일인 20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 보잉사 방산·우주 부문 등 미국 방산업체들을 제재하기로 했으며, 중국 군용기는 최근 들어 양안 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나들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날 라이 총통 취임과 관련한 뉴스도 중국 본토 인터넷에서 찾아보긴 힘들었다. 중국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는 이날 라이 총통 이름이 포함된 해시태그를 차단했다. 

그나마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향후 라이 총통 행보가 미·중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을 담은 기사를 올린 게 전부다.

신문은 중국이 대만 분리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고 잠재적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군사적·법적 집행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로 골치 아픈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또 다른 지정학적 위기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며 라이 총통이 지나치게 도발적이고 통제력을 잃을 위험이 있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문은 라이 총통이 임기 초반에 중국을 겨냥해 극도로 적대적인 태도보다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전임자인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도발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양안 관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1959년생으로 올해 만 64세인 라이 총통은 전임자인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대만 토박이 ‘본성인’이다. 스스로를 '실용적인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불러온 그는 민진당 내에서도 대만 독립을 핵심으로 하는 강경파에 속해 경선 당시 중국 측에서 ‘완고한 대만독립론자’ '양안 평화 파괴자’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취임 후 차이 총통보다 더욱 강력한 친미·반중 노선을 추구해 양안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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