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산소호흡기 드라마(赛博吸氧剧)'
최근 중국 대륙에서 인기몰이한 드라마 ‘워더아러타이(我的阿勒泰·나의 알타이)’에 대한 누리꾼의 평가다. 산소처럼 힐링이 되는 드라마란 뜻이다. 푸른 하늘 높이 솟은 설산, 곧게 뻗은 자작나무 숲, 쉼 없이 흐르는 하바 강,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양까지 신장위구르자치구 북부에 위치한 아러타이(阿勒泰·알타이) 지역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유목민 삶의 가치관 및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호평이 나온다. 그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인 신장 알타이 지역은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올여름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판 리틀포레스트'? 삶에 지친 현대인 위한 '힐링물'
총 8부작 드라마인 ‘나의 알타이’는 지난 5월 7일 중국 국영중앙(CCTV)에서 황금 시간대에 처음으로 방영됐다. 첫 방송 시청률이 1.9578%로 같은 시간대 중국 최고를 기록했다. 40개 넘는 위성 채널이 있는 중국에서는 시청률 1%만 넘어도 흥행, 2% 넘으면 대박을 쳤다고 본다.
나의 알타이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서도 동시에 방영돼 현재 인기 콘텐츠 1위에 올랐다. '틱톡 중국 버전'인 더우인에서는 나의 알타이와 관련된 콘텐츠 재생 횟수만 22억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텅충충 감독이 만든 드라마 나의 알타이는 중국 작가 리쥐안의 동명 산문집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알타이 지역 출신에 내성적인 한족 소녀 리원슈(저우이란 분)가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실직하고 고향 알타이로 돌아가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엄마 장펑샤(마이리 분)와 함께 살면서 카자흐족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종의 힐링물이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연상시키는 이 드라마는 칸 드라마제에 출품된 최초의 중화권 드라마로, 베이징국제영화제 첫 상영작으로도 선정됐다.
또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벌써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프랑스 국적기 에어프랑스가 올 하반기 기내에서 방송할 예정이며, 말레이시아 TV방송국 아스트로(Astro)도 오는 6월 초 방영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일본·러시아 등지에서도 드라마 판권 구매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높은 완성도다. 홍콩 명보는 "걸핏하면 수십부 작으로 늘려 지루하게 전개되는 국산(중국) 드라마와 달리 나의 알타이는 8부작으로 짧지만 대신 완성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알타이 지역의 광활한 자연환경과 '댜오양(말을 타고 살아 있는 양을 잡는 경기)'이나 '구얼방제(이슬람교 전통 명절로 소와 양을 잡는 희생의 날)'와 같은 현지 카자흐족 유목민의 소소한 일상을 고화질 화면에 생생하게 담아내 ‘신장 관광홍보 드라마’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드라마는 중국 영화·드라마 리뷰사이트 더우반에서 평점 8.8점까지 올랐을 정도다. 누리꾼들은 "전체 화면이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알타이는 마치 유토피아 같다"고 호평했다.
"인생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사랑하고 살아가며 상처도 받아봐야지” 등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삶의 가치관이 담긴 주옥같은 대사는 현대사회에서 고된 일상을 사는 도시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됐다는 평이다.
특히 주인공 리원슈와 그의 엄마가 대화하면서 이야기하는 ‘유용론(有用論)’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서툴긴 해도 쓸모는 있지?"라고 묻는 딸에게 장펑샤는 보통 엄마처럼 "그럼. 얼마나 쓸모 있는데"라고 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넌 남한테 봉사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초원의 나무나 풀을 봐. 누가 먹거나 사용하면 쓸모가 있다고 하지. 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그냥 초원에 자유롭게 있는 것도 좋지 않겠어?”라고 답한다. 쓸모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면의 자유와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을 드러내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이다.
'나의 알타이' 드라마 '성지순례' 발길 이어져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촬영 배경이 된 알타이 부얼진현과 하바허현은 드라마 팬들의 '성지순례' 장소가 됐다. 5월 7일 첫 방영 후 열흘 새 관광객이 무려 44만5500명이나 이곳을 다녀가면서 관광 수입도 4억2000만 위안(약 790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8%, 64% 증가한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셰청에 따르면 7일 드라마 첫 방송 후 일주일간 '알타이' 검색어 순위는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갑절로 증가했다. 알타이 휴가 여행상품 예약량은 전월 대비 37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6일 중국남방항공에 따르면 신장 중심도시 우루무치에서 알타이까지 가는 항공편 예약 건수는 전월 대비 50% 이상 늘었다.
알타이 지역 하바허현에 있는 한 호텔 직원은 중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5월 객실 예약은 이미 끝났다”며 "6월도 사실상 예약이 가득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문화관광 당국도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펑샤의 구멍가게'처럼 드라마에 나왔던 촬영지 세트장을 관광지로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여행 코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도로를 포장하고, 촬영지 근처에 이동용 공중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와 연관된 장소를 찾아가는 이른바 '드라마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초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제작한 199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번화(繁花)’가 인기몰이하면서 상하이를 찾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번화 산책 코스'가 인기를 끌고 드라마에 등장했던 거리·음식점·호텔이 붐볐다. 지난해에는 대도시의 숨 가쁜 삶에 지쳐 윈난성 다리(大理)에 정착한 사람들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취유펑더디팡(去有風的地方)'이 히트를 했는데 그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였던 다리가 청년들의 여행 성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반짝' 효과로 끝났다는 아쉬움도 있다. 특히 드라마 '번화'의 주요 배경이 된 상하이 시내 '황허로'라는 거리는 원래 인적이 드물었는데 올 초 드라마 덕분에 각종 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활기를 띠다가 현재는 가게가 문을 닫고 죽은 상권이 돼 버렸다.
다이빈 중국관광연구원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나의 알타이 드라마 붐으로 인기 관광지가 된 알타이가 이러한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항공사·여행사와 협력해 항공편을 늘리고 관광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노력 등과 함께 호텔·펜션·요식업소와 같은 상업용 편의시설을 확충해 관광 투자와 공공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