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서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불만이 더욱 고조되면서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표 사흘 뒤인 19일 국무조정실의 해명 과정에서 ‘말장난’에 가까운 면피성 발언들도 나왔다. 정부는 기존의 안전인증 없는 해외 직구에 대한 ‘원천 금지’에서 ‘문제가 발견된 제품에 한해서만 차단’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실상 방침 자체를 철회한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도 20일 졸속 추진에 대해 사과하며 정책 사전검토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을 지시했다.
국민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해가 되는 제품의 유입을 차단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정부의 대안은 앞으로 해외 직구 제품을 정부 각 소관 부처가 이를 직접 선별 구매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조사·관리 시스템이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관세청과 서울시 등 일부 기관만 해외 직구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하는 방식에서 관리·검사 주체를 넓힌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와 '소비자24'에 해외 직구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방안,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안들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는 1억건을 넘는다. 이 많은 거래 제품을 걸러낸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1조647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 비율은 57%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1분기 중국 비중은 40.5%였는데 1년 만에 16.5%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결국 중국 이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때다.
해외 유해 제품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내에 현지 법인 형태로 법적 대리인을 두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해외 플랫폼들이 국내 법을 준수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제화를 하자는 취지다.
또한 지난 21대 국회에 멈춰 있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금지를 비롯해 오프라인 매장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 완화도 병행돼야 한다.
실제 2012년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오프라인 매장 영업시간 규제는 대형마트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는 시장 상인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효과를 초래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는 유해 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물론 민간이 아닌 정부가 풀어야 하는 과제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기업 경쟁력 스스로 끌어올려 대격변의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실생활과 건강과 직결된 이번 문제의 해결 방법을 원점에서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는 정부가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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