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경험이 전무한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갑(甲)사 주식의 '사전공모 신청기간'이라며 S사 홈페이지 링크가 있는 스팸 문자를 수신하고 갑사 홈페이지에 입장했다. A씨가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공모신청 서식을 통해 공모를 신청하자 S사 직원인 M에게 연락이 왔고 M은 전환사채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다며 주주명부를 보여줬다. 그리고 해당 주주명부 상 대주주 중 한 명인 O와의 거래를 주선했다. 이후 A씨가 200만원을 입금하자 M은 남은 물량이 있다며 추가 거래를 유도했다. A씨가 300만원을 더 입금했지만 상장 당일까지 주식이 입고되지 않아 사기를 인지하고 뒤늦게 금감원에 제보했다. 알고 보니 상장을 앞두고 있다던 '갑사 홈페이지', 'S사 직원 M', '주주명부', 대주주 중 한 명이라던 'O씨' 모두 가짜로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상장 예정 회사 등을 사칭해 가짜 사이트로 투자자를 유인한 후 자금을 편취하는 불법업자가 성행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기 수법이 점점 발전하고 교묘해지는 데다 손실 회복이 사실 상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피싱 사이트를 이용한 불법 금융투자 사기업자들은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기관전용 사모펀드'나 '상장 예정회사' 및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사'로 위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편취하고 있다.
우선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를 사칭하는 경우 실제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회사의 홈페이지와 유사한 가짜 사이트를 개설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재테크 정보 등 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을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단체 채팅방으로 끌어들인 뒤 사모펀드 운용사 임직원을 사칭해 재테크 강의, 추천주 정보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 사기 업자들은 '프라이빗 블라인드 전략', '사모주 특별청약', '인공지능(AI) 자동투자' 등 갖은 수사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짜 주식거래 앱 설치를 유도하고 타인 명의 통장(대포통장)에 투자금 입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선거 협력 운용사'나 정부 지정 '금융시장 밸류업 프로그램 책임운용사'라는 허위 사실로 투자자를 현혹, 사모주 특별청약 후 증거금 대비 많은 수량이 배정됐다며 주식거래 앱 조작을 통해 추가 납입을 유도했는데 투자자가 이를 거절하거나 출금을 요청하면 '수수료', '비밀유지 보증금', '세금' 등의 명목으로 비용 지급을 요구하고 이 마저 거절하면 대화방에서 퇴장시키는 방법으로 자금을 편취했다.
상장 예정회사 등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이 사기업자들도 상장 예정 주식을 할인가에 매도한다며 '상장 예정 회사'나,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사' 홈페이지를 가짜로 꾸며 사이트 링크가 포함된 스팸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가짜 주주명부 등을 보여준 뒤 대주주 또는 회사 보유 주식 등을 저가에 매각한다거나 기업공개(IPO) 예정주식을 무료로 지급한다는 식으로 가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가입을 유도한 후 화면 조작으로 주식이 입고된 것처럼 속이고 주주 대상 '유상 배정권리' 부여로 주식 저가 매입이 가능하다며 투자자들을 기만했다.
그리고 나서 비대면으로 주식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한 후 온라인 서명 프로그램을 이용해 계약을 실제 이행할 것처럼 꾸민 뒤 불법업자는 업체명과 상이한 명의의 통장(대포통장)으로 투자금을 입금 받고 상장 당일까지 주식을 입고하지 않은 채 잠적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로챘다.
금감원은 이 같이 서민을 상대로한 금융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민생을 침해하는 불법 금융투자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신·변종 사기수법이 출현하면 신속하게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고 대국민 맞춤형 집중 홍보를 실시하는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 척결을 위해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성행중인 불법 금융투자업자의 가짜(피싱) 사이트에 대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긴밀히 협조해 신속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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