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중구 한은 금통위 회의실에는 6명의 금통위원이 먼저 입장하고 오전 9시 정각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착석했다. 이날 이 총재와 신성환·유상대·김종화 의원은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맸고 반대편에 앉은 장용성·황건일 위원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수형 위원은 넥타이 대신 푸른 계열의 정장을 차려입었다.
이 총재를 제외하면 붉은 계열 3명, 푸른 계열 3명으로 분류된다. 통상 총재의 넥타이 색깔은 금리 결정 방향을 시사하는 시그널로 읽혀왔다. 과거엔 금통위 의장인 총재의 넥타이 색깔이 붉은색 계열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푸른색 계열이면 '인하'나 '동결'로 해석됐다. 금통위원들이 이를 활용해 붉은 계열과 푸른 계열의 팽팽한 맞대결을 보여주며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 전문가들과 시장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차례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모두 동결된 바 있다.
11회 연속 동결이 예상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여전히 불안한 물가 흐름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뛰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도 한은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이 피벗을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이미 역대 최대 수준(2.0%p)인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를 더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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