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단독 출마 등 4연임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회장 출마 자격에 나이 제한을 건 협회 정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회장의 연임에 걸림돌이 될 인사의 출마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23조의2(회장선거 후보자 등록) 2항은 '회장선거 후보자는 선거일 당일 만 70세 미만인 자'이다. 이는 2020년 9월 신설됐다.
2013년 취임해 2021년 1월 3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은 1962년생으로 올해 만 62세라 이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회장 임기가 4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2번 더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협회 정관으로 인해 경력이 많은 축구인들이나 축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들의 회장 출마가 저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관 개정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계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정 회장이 3연임은 물론, 그 이후까지 멀리 내다보고 경쟁자들을 쳐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관 변경의 경우 회의를 열어도 뭉뚱그려 설명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당시 회의 참석자들도 그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실제 '만 70세 미만'으로 회장 후보자 범위를 좁히면 여러 유력 후보자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다. 한때 하마평에 올랐던 권오갑(1951년생)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협회장 선거 출마 이력이 있는 축구선수 출신 허승표(1946년생) 피플웍스 회장은 물론, 축구계 전설 차범근(1953년생) 전 감독이 나이 제한에 걸려 출마조차 하지 못한다.
정몽준(1951년생) 전 축구협회 회장이나 조중연 전 회장(1946년생)의 복귀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출마 연령 제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에는 없는 규정이다. FIFA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비난받던 2012년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회장의 임기를 4년씩 두 차례 최대 8년으로 제한하고 후보자 연령을 72세 이하로 정하려 했는데, "연령 제한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박에 부딪혀 논의를 철회했다.
FIFA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관에도 회장 후보자 등의 나이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AFC도 회장 후보 자격에는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회장 후보자 나이 제한은 국내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관이다. 한국야구위원회 허구연 총재는 1951년생으로, 2022년 당선 시 만 71세였다. 대한농구협회 권혁운 회장은 1950년생이라 2021년 당선 때 만 71세였고, 오한남(1952년생) 대한배구협회장은 임시 시작 때 이미 만 70세였다.
한편 정 회장은 축구계의 거센 퇴진 압박에도 지난 16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AFC 총회에서 집행위원에 선임되는 등 4연임을 위한 사전 포석을 깔고 있다. 국제기구 활동을 위해 임원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대한체육회 예외 조항에 따라 당초 1회로 제한됐던 연임이 추가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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