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의사를 내비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23일 오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결국 다른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문제가 (특별법 개정안에) 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개정안에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비용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하도록 명시돼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무주택자의 청약 통장 비용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소모성으로 쓰이는 게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은 지난 2021년 말 49조원으로 집계됐으나 올해 3월 말 잔액이 13조9000억원에 그쳤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 기관으로 지정된 HUG의 경우 전세보증사고 규모의 증가로 대위변제액이 늘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HUG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위변제액은 1조2655억원으로 전년 동기(8124억원)보다 55.8% 증가했다. 반면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17.2%에 그쳤다. HUG는 작년 한 해 동안 집주인 대신 전세금 8842억원을 대신 돌려줬지만, 이 중 1521억원만 회수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해 전세사기 피해 지원 보완 대책을 고려할 예정이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13일 전세사기 피해 지원 보완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야 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발표 시기를 미뤘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고 재정을 언급하는 것은 정책 당국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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