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스타트업인 H(구 홀리스틱AI)가 최근 2억20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프랑스의 억만장자인 자비에 니엘 등이 참석했으며 아마존과 삼성, 유아이패스 등도 가세했다. 이번 투자로 H는 3억7000만 달러(약 505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H는 구글 딥마인드 출신 과학자들이 설립한 AI 개발업체다.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다. 기존 사람들이 수행했던 다양한 작업을 AI가 대신 수행함으로써 전반적인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모델이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을 뛰어넘는 수준의 AI 에이전트 개발 목표를 밝히며 주목받았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는 "완전한 범용인공지능(AGI)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유럽에도 AI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유수의 투자자들이 몰렸다. 이에 회사 설립 후 수개월 만에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 유치 이후 회사는 사명을 '홀리스틱AI'에서 'H'로 바꿨다.
미스트랄AI에 이어 H까지 주목받으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도 AI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기존 AI의 헤게모니는 미국이 쥐고 있었다. 생성 AI의 전 세계적 열풍을 촉발한 '챗GPT'를 만든 오픈AI, 이에 맞불을 놓고 있는 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를 내놓은 구글, GPT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은 '클로드3'를 내놓은 앤스로픽 등이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 AI에 필수적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실상 독점으로 제작하는 엔비디아, 오픈AI와 손잡고 윈도·애저 등 자사의 운영체제와 클라우드에 GPT를 효과적으로 적용해 AI 파급력을 높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생태계를 키우는 빅테크 기업들도 버티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EU가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EU는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EU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인 'AI법'을 최종 승인했다. 오는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AI 전반에 대한 활용 원칙과 AI 관련 전반적인 규제를 명시한 법으로,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앞으로 전 세계 정부에서 순차적으로 구성될 AI 관련 법안들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EU뿐 아니라 전 세계 정부에서 AI의 부작용과 활용 원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AI법을 통해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주도할 수 있는 축이 구성될 전망이다. 현재 AI 시장을 이끌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AI업계 차원에서도 미스트랄AI, H 등 앞으로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앞으로 EU의 AI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발간된 미국 스탠퍼드대의 보고서인 '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EU에서는 주목할 만한 AI 언어모델이 총 21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61개에 이르는 미국에는 아직 뒤처지지만, 또 다른 AI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15개보다는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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