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북부 기습 뒤 만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운용 수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 논의에 진전이 있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구체적인 합의는 다음 달 G7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G7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3~25일 사흘간 이탈리아 북부 스트레사에서 열린 회의를 마무리한 뒤,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 여부를 담은 최종 공동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제법과 각국의 법 체계에 따라 동결된 러시아의 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어 유럽 내 러시아 자산 동결 해제 조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입힌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은 내달 13~15일에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계획이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세를 시작한 뒤 러시아 자산은 약 2820억 달러(약 2600억 유로·약 385조원)가량이다.
앞서 EU는 지난 21일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운용해 나온 연간 약 30억 유로(약 4조4000억원)의 수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7월로 예정된 첫 지원의 90%는 무기와 군사 장비용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결된 러시아 국가자산 수익으로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대출이 G7 정상회의에서 주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다만 확정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G7과 EU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이자를 담보로 500억 달러(약 68조4000억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조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이를 위해선 할 일이 많다며 "27개 EU 회원국이 이를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제티 재무장관은 미국의 제안이 EU가 우려하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안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동결 자산 사용에 대해 "지금까지 진전이 있었지만 극복해야 할 법적,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G7 인사들은 에너지 무역 부문을 포함한 대러 추가 제재를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러시아의 군수산업 관련 도움을 제공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추가 제재 준비도 가능하다는 점도 피력했다.
최근 러시아의 공격에 서방 지원을 요청 중인 우크라이나의 세르히오 마르첸코 재무장관은 "진행 상황에 만족한다"며 "(G7 장관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지원을 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국영 로시야방송 파벨자루빈 기자 텔레그램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우리도 거울처럼 동일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C형 계좌(러시아 내 투자 계좌)'에 보유한 서방국가의 자산과 운용수익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에서 동결한 러시아 자산 보호를 위해 미국 기업과 개인의 자산을 몰수할 수 있게 하는 법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동결 자산 운용수익 이외 다른 우크라이나 지원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배상 대출' 방식을 통해 G7 회원국을 포함한 동맹국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고 러시아에 배상 혹은 보상 청구를 하도록 할 수 있다. 청구한 금액 일부를 러시아 동결 자산이나 그 운용수익으로 받겠다는 발상이다.
미국과 서방국은 동결자산을 이런 식으로 사용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재건에 필요한 비용 부담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향후 10년간 486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부채 전문가 부체잇은 CNN비즈니스에 "러시아의 정권 교체가 없으면 푸틴 대통령은 결코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결 자산은 러시아가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지불하게 할 대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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