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증권사인 궈타이쥔안(國泰君安)과 하이퉁(海通)증권 합병설이 시장에 돌고 있다. 두 증권사가 합병하면 자산 316조원 규모의 중국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자국 증권사 몸집을 키워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서다.
총자산 316조 초대형 IB 탄생? 업계 맏형 중신증권도 추월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망은 2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당국에서 궈타이쥔안과 하이퉁 증권 합병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이러한 합병설은 최근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취임한 지 약 한 달 만에 회의를 열고 5년 내 10대 우수 증권사를 키우고 2035년까지 2~3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 및 기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본격화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도 세계 일류 투자은행 및 기관을 육성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중앙금융공작회의는 중국 지도부가 5년에 한 번씩 여는 중장기 금융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융 관련 최고위급 회의다.
특히 우칭 주석은 상하이 부서기 출신이라 상하이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가 주주로 있는 궈타이쥔안과 하이퉁증권의 합병설이 더 힘을 얻었다.
합병설과 관련해 궈타이쥔안과 하이퉁증권은 모두 현재로선 공개할 만한 정보가 없다며 합병설을 부인한 상태라고 차이신망은 전했다.
두 증권사 간 실제로 합병이 이뤄지면 총자산 1조6800억 위안(약 316조원)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 총자산은 1조4500억 위안이었다.
증시 부진에 수익도 '뚝'···증권사 합병 지금이 적기
사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같은 글로벌 IB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대형 증권사 합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중국 둥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 순자산은 380억 달러로, 골드만삭스(1169억 달러), 모건스탠리(99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매출액도 중신증권은 85억 달러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의 각각 5분의1, 7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증권사만 모두 141곳이지만 중소형 증권사가 대부분이고 업계 동질화 경쟁도 심해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합병·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게다가 중국 증시도 곤두박질치면서 최근 중국 증권사 실적도 썩 좋지 않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43개 증권사 매출·순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당국의 규제로 기업공개(IPO) 시장도 침체돼 증권사 수입원은 더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5월 16일까지 중국 본토 증시에서 고작 37개 기업 IPO만 이뤄졌을 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 이상 줄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 증권사의 합병 흐름은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탔다. 다만 중소 증권사 중심으로 이뤄진 게 대부분이다. 중국 궈롄증권과 민성증권 , 핑안증권과 팡정증권, 저상증권과 궈두증권 등이 합병된 게 대표적이다.
궈타이쥔안 증권의 전신은 1992년 설립된 궈타이증권이다. 궈타이증권은 이후 경영난 겪으며 상하이 맏형 증권사인 쥔안증권과 통합돼 궈타이쥔안으로 재탄생했다. 1998년 설립된 하이퉁증권은 원래는 교통은행 산하 증권사업부였으나, 1994년 은행·증권사 분리 개혁에 따라 교통은행에서 분리돼 독립 증권사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2021년까지만 해도 궈타이쥔안과 하이퉁증권의 실적은 중국 증권업계에서 2,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2022~2023년 하이퉁증권은 홍콩 자회사가 적자난에 빠지며 수익성이 악화해 지난해 실적은 업계 26위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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