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신중해진 美, 한은도 기준금리 '동결'
27일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5거래일 중 4거래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 발표 이후 약세 흐름을 보였던 달러화가 지난주 들어 강세 압력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의사록에 '다양한 위원들이 물가가 급등하면 금리를 다시 인상할 용의가 있다'는 문장이 담기면서 회의가 매파적(통화긴축)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포괄한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에 힘을 더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5월 미국의 서비스업·제조업 PMI 예비치가 각 54.8, 50.9로 전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2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49.3%다. 지난 16일 기록한 75.3%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이 물가 경계심을 풀지 못해 금리 인하에 신중해졌다는 뜻이다.
국제유가, 고환율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잔존한 한국은행도 지난 23일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1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해 당분간 물가 상승세를 지켜볼 것을 시사했다.
각자도생 길 걷는 유럽·캐나다···美와 별개로 금리 인하 기대감↑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과는 별개로 유럽과 캐나다 중앙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6일 차질 없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21일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인 인플레이션이 2%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높인다면 앞으로 몇 주 안에 EC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23일에는 "임금 지표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되며 인플레이션이 6월 금리를 내리기에 충분할 만큼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임금 상승률에도 현재 유럽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상승세가 상당히 억제됐다는 뜻이다.
다만 높은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있어 6월 인하 후의 향방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ECB의 2024년 상반기 유로지역 금융안정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거시경제지표 개선 등 유로지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거시금융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로 테일(Tail)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CB 회의보다 하루 앞서 개최되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도 주목거리다. 캐나다의 경우 물가 리스크가 잠재해 있지만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까지 둔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된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미 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면서 "시장의 기대처럼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강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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