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확대경] '월 200만원' 필리핀 가사도우미, 우리 아이 맡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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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4-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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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육자 "너무 비싸...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

  • 기존 업계 '최저임금 차등적용'될까 불안..."노동 환경 저하"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0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0 [사진=연합뉴스]

"처음 홍콩·싱가포르에서 얻은 아이디어로는 100만원에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경력 단절을 걱정하는 분들께 희소식이겠죠. 그러나 여러 국내법적 한계 때문에 200만원 이상이 돼서 좀 아쉽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5월 20일, 서울시청 브리핑 중) 

서울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오는 9월부터 한국에 들어온다. 2022년 오 시장이 국무회의서 처음 언급할 때부터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덜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현재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들의 임금수준은 부부들이 감당하기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라며 거들었다. 

필리핀 정부와의 협상 끝에 시범사업이 시행되지만, 오히려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예상보다 임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최저시급 9860원을 적용해 주당 최소 30시간 일하면 월 154만원 선이다. 최대 시간 근무 시에는 월 206만원이다. 
 
"기대보다 비싸...값어치 할지 의문"
내국인 가사관리사의 시급(약 1만5000원)에 비해 저렴하지만, 주 사용층을 고려했을 때 부담을 크게 덜 수준은 아니다. 시는 20∼40대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다자녀 가정 등에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우선 배치한다. 시가 미리 선정한 가사서비스 인증기관 두 곳이 이들의 주거지·고용 등을 맡는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30대 워킹맘 A씨는 "싱가포르·홍콩에서는 100만원 선인 데 비교하면 너무 비싼 것 같다"며 "시 차원에서 거주지 등 이들에 대한 복지를 늘리고 시민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줄이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반응에 임금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크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거주하는 32세 변모씨는 정부로부터 '산후도우미' 지원을 받은 후 오히려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4월 정부 지원 기관에서 신청해 본인부담금 42만원으로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2주 지원 받았다. 

변씨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나서 당장 일을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면, 월 206만원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사 스타일 및 보육 가치관이 달라 불편했다"며 "높은 기저귀 갈이대에 아이를 눕혀 놓는다든지, 아직 시력이 없는 신생아에게 보여주는 초점책의 분량이나, 가사 면에선 꼼꼼하지 않던 청소와 취향에 맞지 않는 음식 등이 불편했던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범 사업에서는 경력·지식, 어학능력(한국어, 영어) 평가, 범죄이력, 마약류 검사 등을 검증 후 최종 100명을 선발한다. 대상은 24~38세 이하에 필리핀 정부가 발급한 'Caregiving(돌봄)' 자격증 소지자다. 이들은 4주간 종합교육 및 사전취업교육을 받은 후 국내서 양육과 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리핀 정부는 육아만 전담하길 원했으나 이 시기의 가사업무와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협상 끝에 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안은 '차등적용'뿐? 가사관리자 업계 "복지 빼놓고 임금만 집중해"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시작되지만 결국 비용이 장벽"이라며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월 200만원이 넘어서 대부분의 중·저소득층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한국은행 보고서도 힘을 실어 줬다.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42년에는 61만~155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해법으로 개별 가구의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돌봄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시했다가 논란이 됐다.

관련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반적인 임금 하향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까지 후퇴할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4대 보험, 휴게 시간 등 근로계약서 작성을 보장한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이 처음 시행된 게 불과 2022년이다. 그마저도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보장된다. 대다수의 가사서비스 제공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지만, 이 경우에는 근로계약서 작성조차 의무가 아니라는 의미다. 

송미령 가사·돌봄유니온 사무국장은 "현장 종사자분들이 제일 속상한 건 노동 가치를 무시당한다는 것"이라며 "가사근로자법이 안착되고 그 법망 안으로 가사 노동자들이 다 들어와서 안정된 환경 속에서 일을 해야 되는데 차등적용 이야기가 나오면서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홍콩 등 외국 사례는 거의 입주 가사인데다가 건강 진료비·항공비 등을 포함한다"며 "그런 맥락이 전혀 배제된 상태서 금액에만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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