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공수처는 'VIP 격노설'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동시에 불러 대질심문을 벌이려 했으나 김 사령관 측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계속 나오면서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최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을 직접 들었다는 취지의 해병대 관계자 진술과 김 사령관이 다른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이 의혹을 언급한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격노만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기에 좀 더 구체적인 지시가 나와야 직권남용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격노한 내용에 국방부가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 등을 빼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포함됐는지가 밝혀져야 직권남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군 문제에 관해 의사 표현을 한 것일 뿐이므로 직권남용이나 권리행사방해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대통령이라는 특성상 '격노'만으로도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가 입증된다는 반론도 있다.
김한규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장 흔한 직권남용은 수사를 못하게 직접 막는 거다. 다만 직권남용이 해당 되려면 대통령이 직무권한범위에 속하는 상황에 대해서만 직권을 남용해야 한다"며 "다만 이것이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해당되는 것인지가 중요한데, 그게 아니라면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못한다. 구체적인 지시가 없다면 향후 법정 공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격노설을 많이 언급하는데 그걸 규명하기 위해서만 수사하는 건 아니다"면서 주요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대통령실 관계자, 김 전 사령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동운 공수처장 역시 이날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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