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추진에 부실채권(NPL)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주로 은행권 중심으로 거래되던 NPL에 증권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대체투자전문 운용사 TPG 안젤로고든과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NPL 투자에 나섰다.
양사는 부동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SSF)를 설정해 저평가된 국내 개발형 PF와 NPL 등에 공동 투자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해당 펀드의 한도는 7000억원으로 설정됐다. SSF는 자산 본연의 가치나 경쟁력과 별개로 예기치 못한 이벤트로 저평가 받거나 어려워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메리츠증권은 이달 국내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SSF 제1호 펀드’ 결성을 위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전체 펀드 규모는 3000억원 규모이며 기관 투자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이 외 1000억원은 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출자 받을 계획이다. 펀드 목표수익률은 10% 이상, 운용보수는 연 0.95%다.
메리츠증권은 SSF가 결성되는 대로 부동산 PF 관련 NPL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자산 중 80%가 국내 부동산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도 지난 2월 농협금융그룹, 공제회 등이 자금을 조달해 2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기관전용사모펀드(PEF)를 조성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펀드를 조성해 NPL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다음 달부터 경·공매가 늘게 된다. 따라서 NPL 펀드 가동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산(토지)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NPL 펀드 조성 등 신규 사업 설정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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