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성공 배경으로 자본시장에 가계자산을 유입시킨 구조적 개혁, 글로벌 자금 유치를 위해 해외 투자자와 직접 소통에 나선 정부 고위 관료 활동, 세제 인센티브같은 시장 참여자에게 와닿는 정책이 꼽혔다.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 기조강연자로 나서 일본판 밸류업 정책 성공 요인을 이같이 발표했다.
일본판 밸류업 정책은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큰 경제 정책 틀 안에서 2022년 6월 구체적인 시행계획으로 추진됐다.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서 금융산업 관련 부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가계소득 증대, 스타트업 육성 등을 목표로 했다. 이후 일본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가 34년 전 거품 경제 당시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호리모토 국장은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이라는 틀에서 추진된 밸류업 정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가계자산을 자본시장에 유입시키기 위해 광범위하게 추진한 구조 개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적금 등에 편중된 가계 금융자산을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자산운용입국 실현계획'을 소개했다. 이로써 가계, 기업, 금융사 등 '투자 사슬'에 속한 주체에 행동 변화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호리모토 국장은 "가급적 많은 국민이 투자자가 돼 주주로서 성장의 과실을 폭넓게 향유하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혁도 이 계획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최종 목적은 투자자와 경영자 의사소통을 더 충실하게 만들어 투자자와 좋은 전략을 소통한 기업이 살아남고, 그러지 못한 기업이 철수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 기업 주가가 저평가 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 때 정부가 취한 조치는 해외 글로벌 투자자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것이었다"며 "(그들에게) 왜 일본을 선택해야 하는지, 일본의 강점을 어떻게 강조할 수 있을지 검토하며 자산운용입국 계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신(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계좌 가입자 수를 5년 내 3700만개, 국민 3분의 1 수준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호리모토 국장은 많은 국민이 투자자가 되게 하고 소액이라도 지속해서 투자 결실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자산운용입국 실현계획을 추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세제 인센티브와 금융교육 등 정책 성과를 체감할 수 있게 한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밸류업 정책은) 아직 두번째 단계에 불과하고 여전히 다양한 개선사항을 발굴해 지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은조 맥킨지앤컴퍼니 시니어파트너는 두 번째 기조강연을 맡아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와 금융투자회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관투자자에는 책임 있는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과 장기적 관점의 투자·소통 노력, 금융투자회사에는 기업금융(IB) 전문화와 자본시장으로 가계자산을 유치하는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상장 기업에는 자본효율성 제고를 통한 이익과 정성적 지표 개선 노력 및 전략·활동에 대한 소통과 실행을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에는 기업 밸류업 노력의 감시자로서 장기적 관점의 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정부에는 산업·금융정책 연계 등 포괄적인 관점의 접근과 세제 등 제도적 쟁점의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유관기관과 증권·운용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 "자본시장 밸류업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 시대 돌파구가 될 경제 선순환 정책이며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대승적 차원의 문제"라며 "금융투자협회와 금융투자업계도 부동산에 편중돼있는 가계자산이 생산적 금융인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본시장 밸류업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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