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3국 속내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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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입력 2024-05-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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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분모 파이를 확대하는 지혜 필요 -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4년 5개월 만에 서울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코로나 영향이라고 해도 오랜만에 열린 행사 치고는 대내외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내도 그렇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이에 관한 언론 기사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속 빈 강정은 아니더라도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3국 국민 간 상호 협력과 관련한 관심과 열기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점을 우선 지적할 수 있다. 종래와 같이 중국은 서열 2위인 리창 총리가 참석하였지만 역대 총리 중에서 가장 중량감이 떨어진다. 중국이 한국이나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기시다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20%대로 떨어져 계속 하향 중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의 속내가 다르다는 차원에서 동상이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정세를 고려하면 정상회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의 성사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였고,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성의를 보였다. 현 정부 들어 미·일과는 관계 정상화를 복원하였지만 중국과는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현상을 타개하려면 계기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정상회의를 성사시킨 것은 일정 부분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트인 물꼬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 가도록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 채널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의 속내는 복합적이다. 대외적으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의 전방위적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 수위가 높아져 입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판이다. 대내적으로 보면 중국 경제가 과거와 다르게 시들하고 설상가상으로 과잉생산으로 해외에서 수요를 찾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공장이 수두룩하다.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장 매력적인 중국 상품의 출구이고, 현실적으로 입증되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론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大選) 레이스에 진입하고 있는 틈을 타 한국과 일본을 밀치지 않고 적절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이익에 부합한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이나 일본에 끌려가던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우월적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일본도 계산식이 있다.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에 계속 밀리는 국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일차적인 성과를 올렸다. 확실한 중국의 대항마로 주가를 올리면서 아시아 역내 입김도 높이려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철저한 보호무역 조치로 파생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교묘한 반사이익을 노린다. 큰 틀에서는 미국에 동조하면서도 그 틈새에서 생겨나는 허점을 파고들어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엿보는 이중적 모습을 견지한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지만 중국과 분쟁이 그치지 않는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나 북한이나 대만으로 연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일·중 3국 정상 간 대화는 일본의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속적 상황 관리가 중요하다.

중·일 틈새에서 한국 이니셔티브 찾아야
 
예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합의 문구는 공동선언에서 빠졌다. 중국의 완강한 반대로 결국 무산되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편에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북한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각자의 입장만 강조했을 뿐 중국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노린 것은 미국에 보란 듯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는 일본·한국과 관계 복원을 과시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적 협력에 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었다. 이와는 별개로 3국이 가진 기대치는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한·일·중 3국 간 FTA 협상의 재가동이다. 의외로 중국이 오히려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 원칙적으로 부정하기 어렵지만 추진 과정에서 점검해봐야 할 것이 의외로 많다.
 
3국 FTA가 처음 거론된 시기는 12년 전인 2012년이다. 2019년 11월까지 16차례 협상을 하였지만 한·중과 한·일 간 정치적 마찰로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10여 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3국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이 확연하게 다르다. 상호 보완적이 아닌 경쟁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은 경제력 2위 국가로 일본, 한국과 격차를 계속 벌려 나간다. 대부분 분야에서 한·일 양국을 따라잡았거나 일부는 앞서 나간다. 미래 첨단 기술의 상당한 부문에선 우월적 지위로 올라서고 있다. 중국에 파는 상품보다 들여와야 할 상품이 더 늘어난다. 중국에 들어가는 기업보다 한국이나 일본으로 투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전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대화가 없거나 연결고리가 끊기는 것보다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백번 낫다. 정부 간에 이어 3국 경제계 인사들 간 민간 협력 채널이 다시 활기를 찾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 간 관계가 소원해지면 양국 재계가 물밑 작업을 하면서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 못하게 억제한다. 한·중 간, 한·일 간 재계 소통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그동안 내부에 많았다. 그간 축적된 경험을 통해 향후 동북아 시장에서 생겨날 먹거리 선점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매우 바람직하다. 첨단 산업과 공급망 안정화 협력은 물론이고 저출생·고령화, 의료, 그린 등 시장 확대로 초점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누구든 시장을 선점하면 얻을 이익이 엄청나다. 시장을 보는 안목과 이익의 향방을 찾는 혜안이 요구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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