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생활을 거쳐 특별사면·복권됐고, 이 사건의 발단이 된 태블릿 PC도 검찰에서 최씨에게 반환됐다. 처음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부터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에게는 잊힌 사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옆에서 지켜본 당사자로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지워지길 기다리기에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여파가 작지 않다.
최근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서 주목도가 높은 사안 중 하나인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에 관한 논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전에 가장 떠올리기 쉬운 특검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채 상병 특검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은 재의를 요구했다. 이어진 재의 표결에서 이 특검법은 통과되지 못해 끝내 폐기됐다.
정부와 여당은 채 상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갑자기 믿어보자고 하는 것은 의아하다. 신속하게 의혹을 밝혀내는 최선의 수단이 공수처 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에도 의심이 든다. 야당이 정쟁의 수단으로 특검법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대부분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이를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검찰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특검은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여론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이 특검을 핑계로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기는 했다. 특검이 매일 수사 내용을 브리핑했던 법 규정에 대해서도 '독소조항'이란 이의는 제기되지 않았다. 그 당시보다 지금 국민의 알 권리가 더 줄어들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약 석 달 동안의 특검 활동이 종료된 이후 검찰은 2기 특수본을 구성해 수사를 인계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수사를 끝냈다. 채 상병 사건도 특검이 수사한 후 처리해야 할 내용이 남아 있다면 정부·여당이 든든하게 의지하고 있는 공수처가 받아서 끝내면 될 일이다.
국정 농단의 기억은 특검에서 그치지 않고 한 사건관계인의 근황으로도 살아났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었던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그 사건으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그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약 8년 만에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청와대가 대통령실로 바뀌었으니 복귀한 셈이다.
해당 인사의 의도가 궁금하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국정 농단 사건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의도를 조롱에 가깝게 해석한 야당 측 지적도 그냥 넘길 것은 아니다. 불행한 기억이 다시금 현실화하는 것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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