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회장 "더 좋은 차 만들기 위해 24년간 직접 레이싱"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일본(시즈오카현)=한지연 기자
입력 2024-05-29 19: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차 풀 라인업 갖춰

  • 어떤 차가 미래 주도하던 100% 준비

아주경제 DB
[그래프=아주경제 DB]
"운전을 더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 그래서 자동차가 단순 모빌리티가 아닌 고객들에게 이모셔널(emotional)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 토요타가 전할 핵심 메시지다.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역시 고객들에게 이동수단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가져갈 것으로 본다."
 
지난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오야마초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은 "사장이 된 이후 계속 세상에 '더 좋은 차량을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오늘 레이싱에 직접 나서는 것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서킷을 달리는 모터스포츠용 차량 개발을 통해 일반 도로에서 더 좋은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자동차에 더 많은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요타의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구릿빛 피부의 흔들림 없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던 토요타 회장은 올해 68세로 '노장의 레이서'로 활약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토요타의 마스터 드라이버인 고(故) 나루세 히로무에게 1대 1로 혹독한 운전 훈련을 받으면서 객관적 수치로 증명되지 않는 자동차의 이모셔널(감성적인 측면)을 배웠다. 이후 약 24년간 수많은 레이싱을 직접 치르며 다양한 차를 테스트했고, 이는 자동차 개발에 대한 전형적인 접근 방식을 변화시켰다.

그는 이날도 '모리조(MORIZO)'라는 닉네임으로 수퍼 다이큐 내구레이스에 참여했다. 팀 '루키 레이싱(Rookie Racing)' 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 레이서가 그의 역할이다. 모리조라는 닉네임은 위험한 레이싱을 반대하는 가문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직접 지은 가명이다.

모터스포츠의 진심인 그가 처음 차와 사랑에 빠진 계기 역시 어렸을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놀러갔던 레이싱 경기다. 토요타 회장은 자신처럼 어린이들이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우수한 드라이버, 엔지니어, 개발자로 성장해 일본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도록 후지 스피드웨이를 비롯한 주요 지역 곳곳에 모터스포츠 박물관, 도요타 자동차 박물관,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등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회사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토요타 모터스포츠 사업부 '가주 레이싱(이하 GR)'은 회장이 이끄는 팀과 별도로 이번 레이스에 출전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체수소 연료차 GR코롤라는 이번 경기에서 탄소포집 기술, 주행거리 확장, 차량무게 감량, 엔진성능 개선 등 놀라운 기량을 보였다. GR코롤라는 주행 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엔진 차량으로, 도요타의 수소 사회를 실현할 핵심 무기다. 

토요타 회장은 이날 레이싱 출전에 앞서 기자들과 깜작 만남을 갖고 토요타의 미래 전략도 공유했다. 그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수소차, 전기차 등 풀라인업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수소차 등 어떤 기술이 미래를 주도할 지는 모르지만, 최종 승자는 고객이 (차량선택을) 결정할 시점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 모빌리티 패권을 주도할 '핵심 키'라는 의미다.  

현재 모빌리티 패러다임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브 기술을 일찌감치 선점해 과도기적인 현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멀티 패스웨이는 각 시장에 적합한 다양한 전동화 차량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차 등을 통해 친환경 차량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성적으로도 입증이 됐다. 글로벌 완성차 1위에 빛나는 토요타자동차는 2023년 회계연도 연결기준 매출액 45조953억엔, 영업이익 5조3529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1%, 96% 증가했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두 배이상 늘어난 4조9449억엔을 달성했다.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데다 수퍼 엔저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반면 GM, 포드 등 경쟁업체가 전기차에만 집중에 수익성이 악화된 것과 대조된 행보다.
 
토요타 회장은 하이브리드 인기에 안주해 전기차 개발에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업은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고, 어떤 시점의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토요타가 뒤쳐져 있는지에 대한 여부 역시 결국은 고객과 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있냐, 뒤쳐져 있냐' 식의 평가보다는 '토요타 차, 참 좋더라'하는 고객을 확보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