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연이어 심포지엄과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면서 오는 31일까지 저항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이미 의대 증원에서 시선을 뗀 모양새다. 의대 증원은 일단락된 만큼 남은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정부의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모두를 위한 의료개혁: 우리가 처한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엔 의료계 인사와 환자 단체 대표, 보건복지부 담당자도 참석했다. 지금까지 의료계가 연 심포지엄에서 복지부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 총괄과장은 인구구조의 변화로 의사 수가 부족해질 것이 자명하다며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과장은 "숙련된 의사가 대량으로 은퇴하는 중이고 초고령사회의 의료 수요에 대한 인력 기반이 취약하다"며 "2012년부터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는 추계가 있었지만 의료계와 합의하지 못해 20년 넘게 증원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의대증원을 국민만 바라보고 추진했다고 하는데 국민 감성에만 호소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형병원 쏠림, 병상 과잉 공급 이런 것들이 따져보면 국민만 바라보다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의의 미복귀에 대해선 "파업을 합법화했으면 외국처럼 2주 전에 사전 고지하고 진행했을 것이고 전공의도 돌아왔을 것"이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채동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정부가 △1인당 의사 수 부족 △의사가 반대해서 증원하지 못했다는 등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2004년 당시 복지부는 '의료인력 과잉이 우려된다'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대 증원이 일단락된 만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최소화하면서 남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예비비 총 775억원을 전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시니어의사, 간호사 등 대체의료인력에 투입할 계획이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는 진료지원 간호사에 대한 지원과 법적 보호도 강화한다. 박 차관은 "진료 지원 간호사를 제도화하 위한 간호사법안이 조속히 입법화 되도록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간호사는 지난달 말 기준 1만1395명으로 전달 대비 12%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내세웠다. 그는 "전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병원이) 진료량을 늘리기보다는 중증진료에 집중하고 숙련된 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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