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피해가 끊이지 않자 '임차인 피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간 피해자 구제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부의 전세사기 대책으로는 피해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세 임차인들이 사기 수법을 미리 숙지해 피해를 예방하는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범죄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30일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 및 대응사례 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을 제정·시행한 이후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자 전국적인 피해 실태를 파악해 유형별로 나눠 '피해 예방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스스로 전세사기를 인지할 수 있도록 피해 사례들을 유형별로 분석하는 등 피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매뉴얼을 개발 및 전파하고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며 "그간 지원센터 등에 안내자료를 배포한 적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응 매뉴얼 연구에 착수한 것은 전세사기 수법이 교활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피해 구제에 들어가는 재정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분기 7973억원보다 80%(6381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사고액을 포함하면 4조원을 넘어선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법 시행 이후 지역·연령·주택유형별 등으로 분류해 전세사기 피해 유형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언론 보도를 비롯해 경찰·검찰 수사, 법원 판례, 지자체 전세사기지원센터 및 상담센터 등에 접수된 사례를 폭넓게 조사해 피해 유형을 세분화하고, 임차인이 전세 계약-입주-퇴거하는 전(全)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 사례도 유형별로 정리해 매뉴얼에 담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피해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전세계약 체결 전 임차인들이 사기인지 확인할 수 있게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도 만들어 매뉴얼에 포함할 예정이다. 가령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시 허위로 보증금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올려 체결하도록 강요할 경우 보험 가입이 무효가 될 수 있고, 계약 이후 집주인이 바뀌어 선순위를 뺏겼을 때 임차인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오는 12월 중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세사기 피해 사례집(가칭)'을 모바일 e-북(book) 형태로 발간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내책자보다 모바일 e-북 형태로 사례집을 발간해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국토부 홈페이지를 비롯해 HUG,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산하기관 등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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