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대표 매파 인물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이 29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억제책으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국방 예산을 심의하는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위커 위원은 이날 2025회계연도 국방 예산 증액을 골자로 하는 '힘을 통한 평화' 계획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계획의 골자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도전국의 위협에 맞서고자 국방 예산을 550억달러(약 75조원) 증액하는 것이다.
해당 문서는 52페이지 분량으로 권역별 군사적 위협과 이에 대응한 안보 지원안과 향후 도전 과제 등을 담았다. 이 가운데 한반도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사령부에 대한 계획에서 다뤄졌다.
이어 "이는 정기적인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한반도에 미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켜, 인도 태평양 지역의 핵 공유 협정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새로운 선택지를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의 핵 공유 방안은 뒤에 나오는 '핵전력' 부분에서 다시 한번 소개된다. 위커 의원은 미국의 노후화된 핵전력을 이른 시일 내에 현대화시켜서 중국과 러시아의 핵 확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핵무기 공유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핵 책임 분담 합의'에 한국, 일본, 호주가 참여할 의사가 있는 지를 평가하고자 이들 국가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해당 문건은 '군수 물류'의 중심으로서의 한국의 역할을 부각했다. 위커 의원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 모의 훈련 시에 '물자 수송' 부분에서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일본과 한국의 현재 육군 물자가 사전 배치된 곳에 더 많은 재고 무기를 배치해 둬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시된 안건의 전반적 내용은 '군비 증강'이다. 위커 의원은 인도·태평양 지역 지휘통제 체계 현대화, 군사시설 확충 등의 내용을 강력히 주장했다. 중국 해군의 포위를 막기 위해 대만, 필리핀, 일본 등에 대한 대대적 군사력 강화도 주문했고, 미군 자체적으로도 해군 함정과 비행기를 추가로 구매하자고 제안했다.
다음 달 상원 군사위원회는 국방수권법안(NDAA)을 심사한다. 위커 위원은 그때 본인의 제안을 개정안 형태로 제시할 것이라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국방수권법안은 미국 국방 예산의 규모와 사업을 제안하는 성격을 가진 법률인데, 최근 공개된 초안에서 주한미군 규모가 2만8500명으로 유지됐다.
다만 위커 의원의 증액 방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은 지난해 5월 부채 한도를 협상하면서 향후 6년간 국방 예산 증액 범위를 전년 대비 1%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백악관은 그에 준하는 8840억달러 규모로 의회에 제출했고, 최근 하원 군사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도 같은 액수다.
그럼에도 의회 내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고립주의적 입장으로 돌아가자고 고수하는 여론이 많아 해당 증액 방안에 회의적 입장도 적지 않다고 A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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