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신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미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새 조치를 발표했다. 대형 원전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소형 원전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원자력 프로젝트 관리 및 공급 워킹그룹’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워킹그룹은 원전 공사 지연에 따른 일정 및 비용 초과 등의 리스크를 사전에 줄이는 것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대형 원전 프로젝트의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게 핵심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킹그룹에는 백악관과 에너지부 등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원전 프로젝트 개발자, 조달 및 건설 회사, 유틸리티, 투자자, 노동 단체, 학계 및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향후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일부 외신은 백악관의 이번 발표는 SMR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인공지능(AI) 혁신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으며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비용 등의 리스크를 줄인 소형원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밑작업이란 해석이다.
단적인 예로 조지아주에 건설된 대형 원전인 보글 3호기와 4호기는 건설에만 30년이 걸렸다. 이와 달리 소형원전은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건설 기간도 짧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미 육군도 SMR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또는 사이버 공격, 극한 기후, 팬데믹, 기타 새로운 과제 등을 열거하며 “SMR과 마이크로원자로(MR)는 방어시설에 수년간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선도기업이 첨단 혁신 기술을 배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가 오는 6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SMR 건설을 시작하는 등 미국산 SMR의 경제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은 기존 원전의 운영 기간을 늘리거나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미시간주 팰리세이드 원전은 폐쇄 후 재가동되는 미국 최초 원전으로, 미국 정부는 재가동을 위해 152억 달러(약 21조원)의 대출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디아블로 캐논 원전은 지난해 수명이 연장됐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2025년부터 핵분열(원자력 에너지)과 핵융합 등에 대한 투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키로 하는 등 원전 분야에서 혁신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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