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30일 열린 제주포럼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세션에서 전직 외교부 장관들은 격변하는 국제정세를 전망하고 향후 우리 외교의 최우선 과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송민순·유명환·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석했다.
윤 전 장관은 현 국제정세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사태 등 온 사방에 불이 붙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미·중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국제질서는 다극화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되며, 인·태(인도·태평양) 지역이 21세기 지정학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중국과의 지속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이었으나, 중국에 대한 교류 비중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수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수입은 증가하고 있으며, 수입하는 물품 또한 우리 주력 수출품의 주요 중간재이므로 중국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증액한 것은 글로벌 중추 국가 추구하는 데에 매우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평화유지군, 기후 변화 등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윤 전 장관은 "대북정책의 난제는 더 이상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풀기 어렵다"며 남북 관계 중심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는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모두 후자(규칙 기반 질서 중시)의 입장"이라며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중동, 러시아 문제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한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거 아닌가"라며 "관리 차원에서 대북 정책을 하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국내적으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전 장관은 "한반도는 현재 간신히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전될 전망도 없고 남북 자체가 지금 같은 대립과 교착을 탈피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통일을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고 조금 장기적으로 전략을 수립해 대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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