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 돈’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스로를 ‘정치범’으로 프레임을 짜는 등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죄 평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개인 저택에서 예정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는 등 11월 대선 도전을 단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재판이 끝난 직후 트럼프 캠프는 지지자들에게 모금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여기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정치범이다(I AM A POLITICAL PRISONER!)”라고 주장했다. 정치범이란 정치적 신념이나 의견 등으로 인해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스스로를 정치 희생양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수많은 지지자가 몰려들면서 한때 캠프 온라인 모금 시스템이 오류를 겪었다고 말했다.
내달 27일로 예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첫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프레임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첫 토론회인 만큼, 지지층을 비롯해 회색지대에 있는 유권자들을 공략할 전망이다. 토론회는 바이든 대통령 측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요청해서 이뤄진 것으로, 양측은 6월과 9월에 각각 한 번씩 TV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토론회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행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일정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6월 말에는 미 연방대법원이 면책특권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이어 7월 11일에는 재판부가 입막음 돈 유죄 평결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다. 이후 7월 15일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전당대회(7월 15~18일)가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흑인, 히스패닉, 젊은층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월가 부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는 점은 선거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조만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도했다. 애크먼은 미국 명문대 내 ‘반유대 총장 퇴출 운동’을 주도한 거부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의 사임에 그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을 강력 지지하는 억만장자 미리엄 아델슨도 트럼프 캠프에 막대한 기부를 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유죄 평결로 트럼프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영매체인 NPR과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이 투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17%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유권자 다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경제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최근 ABC 뉴스·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 및 인플레이션에 있어서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14%포인트 더 많았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이번 선거는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가장 큰 쟁점이기 때문에 사법리스크가 대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선거 캠프는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할리우드 원로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1월 6일 의사당 폭동에 대응한 전직 경찰관 2명과 함께 지난 28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트럼프는 국가에 위험하다”며 즉석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바이든 선거 캠프의 언론 담당 마이클 타일러가 동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