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가 중국의 AI 스타트업 즈푸AI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견제 속 중국과 사우디의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 산하 펀드인 프로스페리티7이 즈푸AI의 4억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라운드에서 즈푸AI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로 평가됐다.
즈푸AI는 문샷AI·미니맥스·링이완우·바이촨즈넝 등과 함께 중국 AI업계에서 각광받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스타트업에 외국계 자본이 투자한 것은 사우디 아람코가 처음이다.
센스타임 등 중국의 1세대 AI 기업들은 IT 업계 큰손 투자자인 소프트뱅크와 타이거글로벌 등의 투자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대중국 투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AI업계 스타트업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자국 기업들과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기술이 부족한 사우디와 자금이 부족한 중국 기업이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프로스페리티7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는 실리콘밸리(미국)가 AI 산업을 장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앞서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버도 사우디의 국부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사우디 측은 투자 유치 조건으로 사우디 리야드에 고객센터와 연구개발(R&D)센터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를 세울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센스타임, 텐센트, 메이퇀 등도 사우디 내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도 지난 30일 베이징에서 중국·아랍국가 협력포럼을 개최하고, 개막식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중동 외교에 공들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중국 역시 사우디의 도움이 절실해서다.
중국의 한 기술 컨설턴트는 “이제 미국의 자금이 없기 때문에 중국 기술업계에서 사우디의 중요성이 너무 커졌다”고 짚었다.
이에 미국은 견제의 수위를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미국이 중국 기업의 접근 우려 등을 이유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 대한 대형 AI 가속기 선적에 대한 허가를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AMD 등이 대규모로 AI 가속기를 판매하는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투자도 노골적으로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 2월 UAE의 AI기업 G42는 미국의 압력으로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를 비롯한 중국 기술 기업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G42는 이후 2개월 뒤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5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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