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관계자는 "한국 농업이 이룩한 기적을 알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를 협력 파트너로 신뢰하고 있다"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한국 쌀알이 아프리카 식량위기 해결이라는 희망을 담아 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수십 년간 원조를 주고받는 데 그쳤던 한국과 아프리카 관계가 경제 협력 파트너로 변모하고 있다. 경제적 성숙도가 높고 수출 주도형인 우리나라는 지속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장 창출이 절실하다. 아직 교역량은 적지만 인구 증가 속도와 성장률이 빠른 아프리카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를 상대로 한 공적 원조나 경제 협력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잡은 물고기를 건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거나 더 나아가 함께 잡은 물고기를 향유하는 등 진일보한 관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프리카는 '세상에서 가장 젊은 대륙'으로 불린다. 연평균 2.5%씩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14억명 수준인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에는 25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 인구 증가율이 높으니 노동력과 소비 여력이 풍부하다. 아프리카는 25세 이하 청년이 전체 인구 중 60% 이상이다. 전 세계 중위연령 평균이 30.5세인 데 반해 아프리카는 18.8세에 그치고 있다. 유엔은 2050년 세계 인구 4명 중 1명, 청년 3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7% 정도로 예상되지만 아프리카는 이를 상회하는 3.3% 성장률 달성이 기대된다. 풍부한 자원에 넘쳐나는 노동력, 확대일로인 내수 시장까지 더해져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범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교역 규모 미미···"서로 이익 되는 협력 나서야"
아프리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중심인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공여국와 수혜국으로 수십 년을 지내다 보니 교역 규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 글로벌 무역통계 서비스(K-stat)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액은 166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1조2748억 달러) 중 1.3%에 그치고 있다.한선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지리적으로 워낙 먼 데다 물류비용 등 부담도 커 대규모 투자나 시장 진출이 어려웠다"면서도 "우리나라 국정 비전이 '글로벌 중추 국가'인 만큼 경제적·외교적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와 협력 강화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프리카가 지닌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ODA 중심인 협력을 넘어 무역 다변화나 인적 교류 등 경제 협력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한다. 장기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 미·중 등 기존 교역 파트너 외에 새로운 시장 창출이 절실하다. 지난해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장관회의를 열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60억 달러 규모 금융 패키지 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행보 역시 같은 맥락이다.
ODA 사업도 새로운 모델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표적인 게 아프리카 지역에 우리나라 쌀 생산 기술 등을 전파하는 K-라이스벨트 프로젝트다. 지난해 진행한 시범 사업에서 당초 목표보다 높은 생산량을 달성한 만큼 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국가별 맞춤형 종자 개발 등을 통해 역내 빈곤 퇴치에 기여하는 한편 이번 사업을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 측 복안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ODA를 촉매제 삼아 교역·투자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2030년까지 대(對)아프리카 ODA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는 방침이 확정된 만큼 향후 경제 협력에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략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경제 협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우리 발전 전략을 전수하고 (반대급부로) 자원을 확보하는 등 기획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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