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백인혁'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언급되는 캐릭터였다. 보이 밴드 이클립스의 멤버이자 '류선재'의 오랜 친구인 '백인혁'은 적재적소에 쓰이며 극의 재미를 배가 시킨 인물. 코미디부터 진중한 내면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든 배우 이승협의 공이 컸다.
"어머니께서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셔서 (인기를) 실감했어요. 친구분들께서 작품과 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도 주변 분들이 '선재 업고 튀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아,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우 이승협의 '본업'은 가수다. 엔플라잉의 메인 래퍼이자 리드보컬, 기타리스트, 키보디스트다. 연기 실력은 물론 악기 연주, 노래 실력까지 겸비한 덕에 이클립스 '백인혁'을 더욱 실감 나게 연기해 낼 수 있었다.
이승협은 오디션을 통해 '백인혁' 역할을 따냈다. 그는 가수 활동 이력이 '백인혁' 역할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을 볼 때 감독님께서 즉흥적으로 악보를 주셨어요. 저는 악기를 다룰 줄 알았기 때문에 바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죠. 감독님께서 기타 연주를 할 줄 알고 즉흥적으로 합을 맞출 수 있는 모습을 보며 좋아해 주셨어요."
극 중 '백인혁'은 재기발랄한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내곤 한다. 그러나 실제 이승협은 말수도 적고 진중한 타입이라고. "이렇게까지 실제 성격과 다른 역할은 처음"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백인혁' 역할을 준비하면서 높은 텐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조금 부담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망가져 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텐션을 무작정 올리려고 하니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모습에서 '귀여움'을 캐치하고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도저히 '귀여움'을 못 찾겠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허당기' 있는 모습들을 꺼내려고 했고요. 그런 점들을 자연스럽게 제 식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승협은 엔플라잉 멤버들의 모습과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자기의 모습들을 떠올렸고 역할과 장면들에 차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 모습에서 허당 같은 모습을 꺼내기도 했는데요. 제게 없는 모습들은 멤버들의 모습을 차용하기도 했어요. '인혁'을 보다 보니 엔플라잉 멤버인 재현이가 떠오르기도 했거든요. 극 중 '선재'의 손키스를 보고 침을 뱉는 시늉을 하는데. 그 모습은 '재현'이를 떠올리며 연기한 거예요."
'선재 업고 튀어'는 또래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승협 역시 또래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진짜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특히 1991년 생인 변우석과 1992년생인 이승협은 나이를 허물고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는 부연이었다.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이 드라마가 잘 되려면 우리가 정말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리딩 후에 (변우석에게) '나의 첫 목표는 너와 친구가 되는 거야'라고 말했고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났어요. 운동도 같이하고 술도 마시고요. 제가 살가운 성격은 아닌데 가까워질 수 있도록 (변우석도) 많이 도와줬어요. 정말 친구 같은 사이에요. 술자리에서는 '우석이 형'이라고 불렀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우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백인혁'은 그야말로 '케미스트리 왕'이었다. 다양한 캐릭터들과도 시너지 효과를 내며 온라인에서는 2차 창작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특히 시청자들은 '임솔'과 케미스트리에 주목하며 "로맨스 한 편이 뚝딱 나온다"고 그의 '케미스트리 낭비'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콘텐츠가 인기구나' 싶어요. 누구든 간에 콘텐츠가 인기니까 과몰입하는 분들도 많아지는 거고요. 저는 '솔'이와의 로맨스도 그렇지만 '선재'와 로맨스로 (백인혁을) 엮는 분들도 많이 봐서요. 하하하.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이승협은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언급하며 김혜윤의 감정 연기 덕에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거들기도 했다.
"'솔이'가 '선재'의 집에서 시계를 찾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때 '솔이' 감정이 너무 세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 따라가더라고요. 시나리오에는 그 정도의 감정 표현이 아니었는데 '솔이'가 울어버리니까 갑자기 너무 속상해지는 거예요. 그때 나온 표정들이 참 좋았어요. 단순히 화만 내고 말았을 장면이었는데 혜윤이 덕분에 좋은 표정, 풍부한 감정들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변우석도 마찬가지였다고. 12회 말미 등장하는 바닷가 신은 이승협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는 신이기도 했다. 김혜윤처럼 변우석의 진정성 있는 감정들이 이승협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설명이었다.
"극 중 '선재'가 '인혁'에게 '운동만 해서 갑자기 음악을 하는 게 어려운 일인데. 죽더라도 너랑 하면 용기가 날 거다'라는 말을 하는데 갑자기 울컥하더라고요. 우는 장면이 아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감정이 터져버렸어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인혁'과 '선재'의 관계성과 감정이 잘 보이는 신이라서 정말 좋았어요."
온라인에서 '밈'처럼 쓰이는 '영원히 고통받는 인혁'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혁'과 '태성'(김건희 분)이 만취해 '솔이'로 대동단결하고 '인혁'이 뒷수습하는 장면은 팬들의 웃음 버튼으로 불리는 신이기도 하다.
"시청자분들께서 저와 '인혁'이 다르다는 걸 느끼시는 게 제겐 너무 즐거운 일이거든요. '희열'이 느껴져요. 그래서 '선재' 옆에서 고통받는 '인혁'이 (시청자들의) 사랑받는 게 정말 재밌고 즐거웠어요. 그런 '짤'이 계속 돌아서 (시청자분들이) 즐거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팬들이 염원하는 이클립스의 음악방송 출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촬영 전 합주 할 때도 이야기 나왔던 일"이라며 즐거워했다.
"합주 연습할 때부터 '우리 이 작품이 잘 되면 이클립스로 공연해도 정말 좋겠다. 정말 재밌겠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많은 분이 원하시니 기분이 좋아요. 저는 (이클립스로) 무대에 오르고 싶죠. 충분히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즐기고 싶은데요. 모두의 의견과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승협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깊은 자국을 남긴 '선재 업고 튀어'를 돌아보았다. "'선재 업고 튀어'가 그의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청춘"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제가 '청춘'이라는 말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선재 업고 튀어'는 저의 청춘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곡 작업을 해왔는데 대부분 '청춘'을 담은 청량한 곡들이거든요. 12회에서 '선재'가 '인혁'에게 해주는 대사들이 꼭 저에게 하는 말 같아서. 그 말들에 영감을 받아서 쓴 노래도 있거든요. 멤버들이 돌아오면 들려드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저도 기다리고 있고요. 여러모로 제겐 '청춘' 자체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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