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지속 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남은 금융지주사들은 여전히 관련 공시 계획에 미온적 반응이다. 앞서 일부 금융사들이 밸류업 계획 공시를 냈지만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없어 보여주기식 공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이후 관망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과 주주가치 제고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관련 공시를 미리 결정해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포착된다.
3일 우리금융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계획을 묻는 질의에 "계획공시는 하반기 중 공시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예고 공시일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기업 밸류 프로그램에 맞춰 자율공시를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방법들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며, 공시 여부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지주들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데는 시장 여론을 관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KB금융은 지난달 27일 상장사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아 '보여주기용 예고'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KB금융은 해당일에 예고성 공시를 내고 "당사는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 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해 올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공시 포맷을 따라가면 주주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표현했다기보단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공시가 이뤄지면 주주들이 주목할 만한 사안이 포함돼야 하기에 장고가 거듭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밸류업 공시 관련 크게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굳이 하반기에 시행될 밸류업 프로그램을 상반기 중 예고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이나 일정 등이 일찍 공지하면 해당 시기에 맞춰 주주들과 업권의 관심도가 커지고 이에 대한 금융지주들의 부담감도 커질 수 있다"며 "금융권 내 불안정 리스크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밸류업 계획들이 지켜지지 못할 수도 있어 관련 내용에 대한 내부 신중론도 지속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가치 제고 공시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시행하는 정책이다. 기업은 현황 진단과 기업가치 제고 목표·계획 등을 담고, 이행 평가와 소통 계획 등을 작성한 문서를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