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채권을 19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5개월 만에 지난해 순매수액 대비 52%를 사들였다. 반면 주식시장에선 순매도를 기록해 주식에서 채권으로 머니무브가 진행 중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장외시장에서 순매수한 채권 규모는 19조48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2.0%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보험(13조4938억원), 종금·상호금융(15조6510억원), 연기금·공제회(18조1202억원) 등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22조5604억원을 순매수했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다음 '큰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기준금리에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채권 투자 매력이 커졌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투자자는 채권이 쌀 때 사뒀다가 금리가 떨어질 때 팔면 유리하다. 약정한 이자에 매매 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선 5조30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83조원대, 투자자예탁금도 55조원대를 유지하는 등 증시 주변 자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는 않았다.
주식에 투자하는 대신 개인은 올해 국채 6조2405억원, 기타 금융채 4조7152억원, 회사채 4조3866억원 등을 주로 순매수했다. 안정적인 국채와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기타 금융채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을 저가로 매수하는 데 유리하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7월에서 9월로 지연됐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채권 투자 수요도 지속될 전망이다.
금투세는 개인 채권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5년 금투세가 도입되면 채권 매매차익도 과세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현재 금융사를 통해 채권을 직접 매수한 투자자는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15.4%를 제한 돈을 받고 채권 매매차익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액면가 1000만원짜리 채권을 1100만원에 판다면 100만원은 오롯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소득세법상 채권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의 양도소득과 펀드 환매이익이 일정 금액을 넘길 때 매기는 양도소득세다. 주식, 비상장주식, 주식형펀드는 5000만원을 공제하고 채권, 해외 주식, 파생상품은 250만원을 공제한다.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20% 세금이 매겨지며 3억원 이상이면 25%를 세금으로 부과한다.
따라서 채권 투자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31일 "(도입 검토 당시보다) 채권 투자가 과거보다 훨씬 늘었기 때문에 금투세를 도입하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도입으로 향후 신규 채권 매수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인 더 큰 영향"이라며 "특히 채권시장 수급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일정 부분 수요 기반을 형성해 주던 개인의 투자 위축으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을 낮춰주던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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