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toilet(화장실)'이라 낙서를 한 용의자가 이미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1일 오전 6시 20분 쯤 한 행인이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라고 새겨진 신사 입구 돌기둥에 이같은 낙서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고,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 중이었다.
낙서가 발견된 날 중국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샤오훙수(小紅書)에는 한 남성이 야스쿠니 신사 돌기둥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낙서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해당 남성이 돌기둥을 향해 소변을 보는 듯한 모습도 찍혔다.
남성은 이후 태연하게 전철을 이용해 어디론가 이동했고, 이 모든 행동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동영상을 본 일본과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본 누리꾼들은 "중국으로 도망치기 전 빨리 체포하라"는 반면, 중국은 "그를 존경한다. 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 "잡히지 말고 얼른 돌아오라"며 남성을 두둔했다.
낙서 이외에도 신사의 코마이누(신사나 절에 놓인 한 쌍의 동물 조각상) 인근에서 중국어로 “세계 인민은 단결하자”, “그러나 너희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벽보도 발견됐다. 벽보는 해당 코마이누의 받침대에서 한 장, 바닥에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일본 경찰은 낙서와 벽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허가 없이 게시한 점에 대해 경범죄 위반 혐의 적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동영상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기물손괴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또 낙서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온 점에 미뤄 촬영자 등 다른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인근 폐쇄회로(cc)tv에도 한 남성이 용의자와 함께 포착된 점을 미루어보아 공범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추적 중이다.
낙서가 발견된 뒤 돌기둥 주변에는 가림막이 쳐졌고 스프레이를 지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여명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이중 90%는 태평양전쟁 관련 인물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일본 우익 성지로 대내외 주목을 받아온 야스쿠니신사에서는 과거에도 낙서나 폭발 등 여러 사건이 발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