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C커머스' 안전성, 소비자의 선택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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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입력 2024-06-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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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지난달 출장으로 오랜만에 지하철 1호선을 타게 되었다. 사실 지하철 1호선은 나름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자주 이용했던 것도 있지만 1호선의 일부 구간에서는 실내등이 꺼졌다 켜진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신기했던 부분이지만 지금은 수업 중 표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실내등이 꺼지는 이유에 대해 아마 아시는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유는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의 전력 공급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전기철도를 적용하면서 코레일은 교류전원을 사용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직류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영기관이 바뀌는 구간에서는 전동차에 공급되는 전기의 경로를 바꾸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기를 차단한다. 이러한 구간을 절연구간이라 하는데, 이 구간 동안은 차내 조명을 배터리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등을 절반만 켜고 전동차는 달리던 관성으로 지나게 된다. 그런데 1974년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도 이렇게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아니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다 보면 다른 노선과 달리 실내에서 물건을 파시는 잡상인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것이 불법임을 서로 잘 알지만, 열차간 거리가 길고 사람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근절이 쉽지 않고 먹고살기 위해 일하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신고하기보다 무관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한분이 가방을 끌고 오시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심을 갖고 쳐다보았다. 잠시뒤 익숙한 멘트와 함께 허리에 차는 힙색 가방을 만원에 소개하셨다. 어쩌면 예상을 벗어나지 않나 하며 혼자 웃고 있는데, 앞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테무에서는 2~3천원이면 산다고 그분을 타박하시는 거였다.
 
순간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잠시 두 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작년말 중국의 이커머스를 C-커머스(China + e-commerce)라 부르며 그 성장세에 두려워해야 한다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국내에 진출한지 1년도 안 돼 이용자가 800만명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였던 이들 기업들의 영향이 소위 지하철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과거 지하철 경제에서 나타나는 소비자심리는 다이소의 박리다매(薄利多賣) 판매전략과 비슷했다. 제품의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천원, 삼천원, 오천원의 저렴한 가격이 사람들을 끌어드리는 매력과 주변의 사람이 사면 다른 사람들도 한번 사볼까 하는 군중심리도 지하철 경제의 의사결정에 한몫을 했었다. 이처럼 고물가속 경제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심리는 지속적인 단속과 정책에도 지하철 잡상인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지금 C-커머스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싸다의 기준을 한층 더 바꿔버렸다. 압도적인 초저가 공세는 계속되는 고물가 속 소비자의 부담을 느끼던 지하철 속의 사람들처럼 또 하나의 단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마치 지하철 잡상인에게 느꼈던 작은 호기심과 부담없는 가격에 우리는 쉽게 지갑을 열게 되었다.
 
이와 함께 C-커머스는 마치 6.25 때 경험했던 인해전술처럼 다양한 제품군을 더욱 낮은 가격에 몰아붙이며 우리 e-커머스 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다. 물론 중국의 저렴한 가격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의 공장을 자부하던 중국에서 만들지 않는 제품이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중국내 쌓여져 있던 재고처리를 위해 해외로 판매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ross-border e-commerce)를 장려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국내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권을 꽉 쥐고 있어 사실상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국내 크로스보더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쿠팡은 대만 사업을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끄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지난해 쿠팡을 통해 대만에 진출한 중소기업이 1만 2천여곳으로 소비자 중소기업 중 연간 해외수출의 30% 이상을 쿠팡이 담당하였다. 이러한 사실 속에 우리도 똑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믿을 수 없는 초저가의 C-커머스 강세 속에 국내의 중소 e-커머스 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제품을 막기에 국내 시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우리의 법과 규제는 오히려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로 다가왔다. 그제야 우리 정부에서는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찾았지만 조금은 안일한 해결책은 무리수가 되었다.
 
일부 직구 제품들에서 유해성 물질이 나왔다는 점에서 공세의 원인을 KC 안전인증으로 규정하고 소비자 안전차원에서 68개 품목의 해외 직구를 원천차단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과 사흘만에 흐지부지 되었다. 법적인 고려도 개정도 없이 ‘해외직구 제품 원천차단’부터 제시하다 보니 처음부터 규제 기준과 범위가 모호하고 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 2018년 개정된 전기용품·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조·유통되는 제품에 대해 KC 인증을 취득하도록 하였으나, 점차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직구, 구매대행 등에 대해서는 디지털 TV 등의 가전제품 및 가정용 섬유제품, 금속 장신구 등에 대해 KC 인증 의무를 면제했다. 그 당시 어떠한 판단의 근거가 있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 과감한 개정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KC 안전인증만을 제한한 것도 문제이다.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며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는 특정 인증만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규제로 인식하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 안전의 문제라면 최소한 각국의 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으로 국제적 합의에 따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중국의 C-커머스를 견제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목적이 같다면, 이들 국가와의 연대를 통한 대응 및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직구제품 소비자들 역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전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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