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북.중 수교 75주년 … 김정은·시진핑·푸틴 올해 평양에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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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입력 2024-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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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중국의 입장 변화가 점점 선명해지는 듯하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3국 회의의 공동선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3국이 ‘서로의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며 종전보다 수위가 낮은 발언으로 결정되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지’ 등과 같은 표현은 사라졌다. 이는 작년 3월부터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중국이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가졌으나 최소한 공개된 자료만 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관한 언급은 중국 측에서도 없었다.  

중국이 이렇게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심과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동한다. 우선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가 하나의 요인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지원이다. 미국이 이 문제를 작년 1월부터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왕이 외교부장과 가진 복수의 회담 자리에서 이 문제를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특별한 위치(special position)’으로 북한 핵문제와 러시아 지원 문제에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는 뉘앙스의 입장을 전언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방정식에서 북한 핵개발과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쌍중단’을 삭제한 요인이다. 이는 양국이 작년 3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드러났다. 종전의 ‘쌍중단’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상 프로세스를 병행 추진하자는 ‘쌍궤병행’에서 전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올해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는 후자마저 종적을 감추었다. 중·러 양국은 2017년부터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북한 비핵화의 공식 원칙으로 견지해 왔었다. 북한의 도발 중단에 대한 요구가 포함된 ‘쌍중단’이 폐기된 까닭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의 재개가 자명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차치하더라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재개로 이 원칙은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을 선제적으로 양국이 한 결과다.

이때부터 중·러 양국은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이해할 것을 미국과 한국 등 관련국에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쌍궤병행’을 진행하는 것마저 비현실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결정적 요인은 관련국 간의 대화 중단이다. 중·러 양국은 각자의 이유로 대화 중재에 나설 의향도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함몰되었다. 중국은 미국관계에 매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입장에서 거리를 두는 양상을 보였다.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서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발언 기록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핵문제의 관련국 간의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비핵화 프로세스나 평화구축 프로세스의 실현 가능성은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인 문제로 중·러 양국은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쌍궤병행’이 이번 중·러 양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누락된 것이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신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이전의 ‘당사국 원칙’을 재소환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군사 분야에서의 억지 행위, 북한과의 대립을 조장하고 무력 충돌을 유발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대한다. (중·러) 양측은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며 위협, 제재, 압박 수단을 버리고 북한 및 관련 국가들이 상호 존중과 상호 안보 우려를 고려하는 원칙에 따라 협상 과정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책임이 있으니 미국이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의미다.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함으로써 중·러 양국은 북핵 문제에서 한 발 떨어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런 중·러 양국의 입장 변화는 대북 제재 문제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28일 대북 제재 감시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되면서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러시아였다.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미국을 의식한 태도였다. 작년부터 북한에 대한 ‘특수한 위치’ 압박을 받은 중국은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최소한 입장 표명을 공식화하는 것을 거부한 셈이다.

그러나 제재 문제에 대한 중·러 양국의 입장 일치도 한몫한 결과였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제재문제에 있어서도 인식을 같이하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우선 러시아에 대한 미국 및 서구의 제재 문제와 관련해 중·러 양국은 다음과 같은 인식을 공동성명에 담아냈다. “양국은 각국이 자국의 상황과 국민의 의지에 따라 자주적으로 발전 모델과 정치, 경제, 사회 제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주권 국가의 내정 간섭을 반대하고, 국제법 근거 없이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제재와 ‘장거리 관할권’을 반대하며, 이념적 경계선을 긋는 것을 반대한다.” 양측은 이런 행위를 ‘신식민주의와 패권주의’의 일환으로 비판했다.

북한 제재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정치 외교적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가 중·러의 건설적인 공동 제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취한 제재 조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반문할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되었든, 북한 핵문제가 되었든 중국이 독자 제재의 유효성을 부정하고 나선 점에 대해서 말이다. 주지하듯, 중국은 2013년부터 북한에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취했고 이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독자적 제재 또한 국제법에 의거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국가이익, 전략적 관점에서 취한 결과다. 그럼에도 중국이 독자 제재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의 정당성을 질책하려는 함의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중국과 북한이 가진 연쇄적인 고위급 회담에서는 이런 발언의 행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3월 22일에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김성남의 방중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김정은 위원장 방중 이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첫 고위급 인사였음에도 말이다. 중국의 환대 역시 예상 밖의 수준이었음에도 말이다. 김성남이 예방한 중국 인사들만 해도 화려했다.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王滬寧, 공산당 서열 4위),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 서열 5위),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류젠차오(劉建超)까지, 권력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로 꽉 찼다.

지난 4월 11-13일 중국공산당 서열 3위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우리의 국회의장 격) 자오러지(趙樂際)가 평양 방문을 했으나 이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의 방북은 그야말로 2019년 시진핑 국가주석 이후 중국의 첫 고위급 인사의 방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가 김정은과 가진 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관한 논의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과 러시아 간의 북핵에 대한 입장 변화가 이런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핵문제를 금기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올해 중국과 북한이 수교 75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이들 간의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지도자 간의 상호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으로 점지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김정은이 정권을 계승한 지 얼마 안되어 북·중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년 전, 2005년을 상기하면 당시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북한을 방문한 사례에서 후자의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겠다.

올해 후반기에 북한의 외교가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수교 75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양국의 지도자 방문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만약 북·중수교 75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북·중·러 3국의 정상이 회담을 갖는다면 북한으로서는 고무적인 외교 행사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의 대비책 마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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