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5일 만에 5개 특별검사(특검)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됐던 특검을 연달아 당론으로 내세우자 국민의힘은 맞불성 특검으로 노선을 재정립하는 모양새다. 정쟁에 따른 극한 대립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여야가 최악의 입법 실적을 냈던 지난 국회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까지 닷새 간 접수된 총 103건의 의안 중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5건이다. 개원 즉시 민주당이 1호 법안으로 정한 채상병 특검법(5월 30일)을 비롯해 한동훈 특검법(30일), 김건희 특검법(31일),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6월 3일), 김정숙 특검법(3일) 등이 발의됐다.
민주당은 채상병·김건희·대북송금 등 3개 특검법으로 당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특검법을 내면서 힘을 보탰다. 이에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순방을 문제 삼으며 맞불을 놨다.
정당 간 '특검법 경쟁'은 예전 국회와 비교했을 때도 전례가 없다. 아주경제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을 확인한 결과, 1987년 개헌 이후 열린 13~21대 국회에서 특검법 발의는 개원 후 최소 한 달이 걸렸다. 이전까지 가장 빠른 특검 요구 사례는 20대 국회 때로, 당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개원 32일 차였던 2016년 6월 30일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구난 작업의 적정성을 규명하는 내용의 특검법을 낸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계류안을 처리할 상임위 원 구성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는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는 역대 최다인 2만5855건을 발의한 반면,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저인 36.6%에 그쳐 '난장판'이라는 오명을 썼다. 그때보다 의석 격차가 벌어졌지만,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 급급해 협치가 전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발의한 김정숙 특검법에 대해 "채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으로 조성된 국면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검 국회'에 대한 위기감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며 "새 특검법을 발의하는 게 상황을 덮으려는 정치적 의도 말고 도대체 뭘 찾을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먼저 발의하고, 슬쩍 쌍방울 대북송금 특검법을 끼워 넣었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뒤집기 시도"라며 반격했다.
한편, 국회에서 김정숙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여권 의석수가 108석에 불과해 단독 처리가 불가한 데다, 범야권이 윤석열 정부의 해외 순방을 역으로 걸고 넘어지면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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