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가 없다. 인공지능(AI) 칩 선두업체 엔비디아가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함과 동시에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시총)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가총액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정권 안이다.
엔비디아는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5.16% 오른 1224.4달러로 장을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12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3조110억 달러(약 4113조원)까지 증가한 가운데, 이날 0.78% 상승에 그친 애플(시가총액 3조30억 달러)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더욱이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3조1510억 달러)와 비해서도 시가총액이 1400억 달러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곧 '왕좌'에 오를 가능성도 커진 상태이다.
작년 5월에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는 올해 2월에 2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3개월 반(66거래일) 만에 3조 달러를 상회하는 파죽지세의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시가총액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로 가는데 각각 719거래일, 650거래일이 소요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2022년 말 오픈AI가 내놓은 생성형 AI 챗봇 '챗GPT'와 함께 시작된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주이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 추론하는데 필요한 AI 가속기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대만에서 개막한 2024 컴퓨터박람회(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 지난 3월 공개한 자사 최신 AI 칩 ‘블랙웰’ 실물과 함께 2026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칩 ‘루빈’을 공개하며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모습을 보였다.
이에 2022년 말 주가가 200달러에도 못 미쳤던 엔비디아는 작년 말 500달러까지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미 150%가량 상승하며 1200달러를 넘어섰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엔비디아가 주식 분할을 발표한 것도 주가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7일 장 마감 후 주식 1주당 10주의 주식 분할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현재 1200달러를 상회하는 고가의 엔비디아 주가가 10분의1인 12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는 투자자들이 쉽게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볼 때, 주식 분할 후 12개월 주가 평균 상승률은 25%로 같은 기간 중 전체 주가지수(S&P500) 상승률이 12%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1위를 향해
이러한 호재들 속에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헤지펀드 출신으로 CNBC의 경제 방송 진행을 맡고 있는 짐 크레이머는 과거 애플이 엑슨 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던 것처럼 엔비디아가 곧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왕좌에 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잠재력은 엄청나다"며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들이 점점 더 기술 인프라에 필수적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기술의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는 기업이 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절,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버블 붕괴와 함께 급락한 미국 네트워킹 하드웨어업체 시스코(Cisco)의 재연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열풍의 가장 큰 수혜주인 만큼 'AI 버블'이 꺼지면 그 타격도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는 과거 시스코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의 빠른 성장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2000년 초반 시스코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었던 것에 비해 현재 엔비디아의 PER(12개월 예상 기준)은 40~50배 수준이어서 아직 시스코만큼 주가가 과대평가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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