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한 대학 바둑학과인 명지대 바둑학과가 폐과 위기에 처했다. 소속 교수와 재학생들이 관련 학칙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는 남치형·다니엘라 트링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 재학생 등 69명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정지 가처분을 지난달 31일 기각했다.
명지대는 2022년부터 폐과를 논의해오다가 지난 4월 내년부터 바둑학과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학칙 개정을 공포했다.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원고들은 대교협이 이 같은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하자 이 같은 과정에 절차적·실체적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 교수와 재학생 측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둑학과 폐과가 논의됐지만 실제 두 학교 간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폐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학칙 개정이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 이뤄지지 않았고, 폐과로 교수 신분 보장과 재학생 수업권 등이 침해받을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호가 개정안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대한민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과 선수 약 40명, 바둑학과 출신 프로기사 등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먼저 학교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두 학교 통합 추진 동의서에 관련 내용이 기재되긴 했으나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둑학과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는 보기는 어렵다"며 "학칙 개정은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폐과 결정으로 소속 교수와 재학생들이 받을 불이익이 제한적이라고도 봤다. 재판부는 "재학생들은 여전히 바둑학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교원들 역시 직접적인 신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학칙 개정에서 채권자들 권리나 신뢰이익 보호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997년 개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20여 년간 전 세계 유일한 바둑학과로서 프로 기사와 관련 인력을 배출해왔다. 올해 정원은 21명이며 유학생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재학생은 약 100명이다. 남 교수 등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항고하면서 서울고법이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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