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9일 발표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배터리 산업 리스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업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일본을 앞질러 1위를 탈환했다.
다만 산업연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 IRA 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기업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6.2%p 오른 42.4%라고 분석했다. 기존 1위인 일본(40.7%)을 제치고 최다 점유율을 차지한 셈이다.
실제로 한·중·일 3국의 미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한국 업계의 독주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RA 전기차 구매세액공제 배터리 요건 적용 직후인 시기다.
하지만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IRA 폐지를 주장할 수 있어 국내 기업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다만 트럼프가 재집권 하더라도 법인 폐지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IRA 폐지가 이뤄지려면 트럼프 재선을 비롯해 공화당의 미 의회 상·하원 장악, 폐지 법안에 대한 공화당 내 이탈표 미발생이라는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행정부 권한 행사를 통한 IRA 지원규모 축소다. 황 부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 역시 배터리 요건 시행지침 등 법 발효 이후 행정부의 별도 시행 지침으로 IRA에 변화를 유발한 전례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는 행정명령을 통해 IRA 지원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산업연은 트럼프 재집권 시 IRA 변화가 가시화 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우리 배터리업계의 투자 위축을 꼽았다.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내 총 생산 캐파 규모는 지난해 117GWh에서 오는 2027년 635GWh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고 IRA 지원 규모 축소, 전기차 보급 지연 등이 발생한다면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또 우리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성과도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연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IRA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시장 판매량을 최대 26%까지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구축 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IRA의 중국 공급망 배제 원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수록 전기차 세액공제 수혜 차종수가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인다"며"트럼프 재집권시 IRA를 통해 중국 배제 공급망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바로 그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트럼프가 계획하고 있는 IRA 지원 규모 축소라는 방향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산업연은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차세대 소재·전지 개발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미래 수요 창출이 가능한 전기선박 등 신수요 창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 투자하는 배터리 기업에 대한 세제·보조금 지원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배터리산업은 전기차 공장 인근 설비투자가 불가피해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어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면서 "미국 대선 리스크로 배터리 분야 통상환경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