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유지한 데 이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등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각 경제주체의 부채 관련 수치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며 주식·아파트 등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소위 '빚투'가 다시 증가하며 부실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국민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5%를 기록했다. 세계 34개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치며, 한국을 제외한 33개국 가계부채 비율 평균치는 34.2%였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3.9%로 집계되며 세계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랭크됐다. 특히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맞물려 지난해 기준 부동산·건설 기업의 부채비율이 각각 295.4%, 110.5%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도 기업도 돈 갚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3.4%로 2014년 11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도 2019년 말 275조원에서 2023년 말 364조원으로 4년 만에 32% 증가했다.
여기에 시장 내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자영업자 대출도 급증세를 보이며 금융위기 전조 증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2012년 12월(0.64%)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상 경보음에도 빚투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대출 상품이 잇따르자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반등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12월 2만6934가구에서 △올해 1월 3만2111가구 △2월 3만3333가구 △3월 4만233가구 △4월 4만4119가구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45조6111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6208억원 늘었다.
주식·코인 투자 등도 늘며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일주일 새 2261억원 늘어난 19조7568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코인 투자 등을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액이 늘었다는 것은 빚투가 증가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특례 대출 등 정부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회 전반으로 퍼진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과 캐나다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자 시장에선 미국·한국 등 나머지 국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르면 4분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는 데다 여전히 높은 수준인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볼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가 인하된다 해도 인하 폭이 크지 않을뿐더러 이에 따른 대출금리 등도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과도한 빚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