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해남 해양재단 이사장 "미래 성장은 바다 활용능력에 달려…청소년 해양 교육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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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4-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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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해양 하드파워 갖췄으나 소프트파워 수준 낮아

  • 해양 문화·교육 중요성↑...K오션컬쳐, 세계 공략 '박차'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이 10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재단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이 10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해양재단]
"'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항만의 규모, 선복량, 수산물 생산량 등 여러 분야에서 강력한 하드파워를 갖춘 '해양 강국'입니다. 다만 바다에 관한 국민 인식이나 친(親)해양적 문화 등 소프트파워 수준은 여전히 낮습니다."

문해남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은 10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해양 문화 확산과 인재 양성, 교육 여건 강화 등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재단은 우리나라 해양 각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 ‘해양대국 대한민국’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문 이사장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해양재단을 이끌며 해양 문화·교육 사업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이사장은 "세계 수출입 물동량의 75%,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바다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인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바다를 바르게 활용할 줄 아는 것이 미래 세계 시민의 제1 덕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 위한 해양교육 강화 필요 

최근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해양 교육의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 일본과 유럽 등 국가들은 바다의 가치를 일찍 깨닫고 국가적 해양정책 통합·조정기구를 만드는 등 글로벌 해양 강국이 되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해양에 대한 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초·중·고등학교 학사 일정 중 일부를 해양 교육에 할애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지난해 5월에는 해양재단을 '해양교육센터'로 지정해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중이다. 초·중·고등학생,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해양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 양성, 교육기관 지원 등도 담당한다.  

특히 국민적 밀접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령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청소년 해양올림피아드가 대표적이다. 

해양올림피아드는 바다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경진하는 대회로 해양수산부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다. 중학교 재학생·중학교 학령기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은 오는 14일까지 탐구제안서와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문 이사장은 해양올림피아드 개최 배경에 대해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바다를 제대로 알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기후 변화와 범지구적 해양환경 오염 문제 등 바다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관심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바다를 통해 더 큰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바다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올림피아드처럼 경쟁을 통해 누가 더 뛰어난지 가리는 게 아니라 바다가 갖는 가치를 미래 세대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는 "수학, 과학 등 특정 과목에 대한 전문 지식과 재능을 겨루는 다른 올림피아드와 달리 해양올림피아드는 바다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관련된 모든 주제를 탐구할 수 있는 창의력 경진대회"라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바다를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대회 운영도 차별화했다"고 전했다. 

문 이사장은 "창의력 확장에 도움이 된다면 인터넷은 물론 챗GPT 등 인공지능(AI)도 활용할 수 있다"며 "본선캠프에 진출한 학생에게는 주입식 강의가 아닌 국내 최고 석학과 토론하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 평소 접근이 어려운 해양 관련 국가기관 방문 기회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 만에 결실을 맺은 해양올림피아드 개최와 관련해 "해양 교육 기반이 제대로 영글지 않았고 전국 대회를 치를 만한 예산 확보도 어려워 매번 좌절을 맛봤다"며 "국내 대표 해운선사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선 덕분에 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올해 첫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최종 목표는 '국제 청소년 해양올림피아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해양재단은 중학생을 시작으로 고등학생, 대학생 등 참여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해양재단은 '바다지기 후원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자생적·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해양 국가 실현을 목표로 해양수산 분야 최초로 시행되는 민간 중심의 통합지원사업이다. 지난해 10개 단체가 선정돼 해양 쓰레기 약 400t 수거, 294회의 봉사 활동에 총 879명이 참여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해양 쓰레기 등으로 생태계 위협..."작은 실천이 바다 지켜"

문 이사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해양 환경 보호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양 기후 악화, 해양 쓰레기 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해양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건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게 문 이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상 이변은 바다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천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머니 품과 같은 바다를 향해 경외심을 갖고 환경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해안가의 작은 쓰레기를 줍거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작은 실천이 바다를 지킬 수 있다"며 "이런 행동들이 진정한 해양 강국 대한민국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해양 정책통' 바다의 날 제정·해수부 출범 등 기여

문 이사장은 해양재단 이사장을 맡기 전 해수부에서 요직을 거치며 해양·수산 분야 전반에 높은 이해도를 갖춘 정책통으로 꼽힌다. 

그가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사례 중 하나가 '1996년 5월 31일'이다. 해수부 공식 출범에 발맞춰 제1회 바다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 날이다. 1200년 전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것(음력 4월)을 기념하고 신(新)해양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제정했다. 

문 이사장은 해수부 출범과 바다의 날 제정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94년 국제 해양법협약 발효와 함께 바다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며 "우리 바다를 지키고 적극적·평화적 이용과 관리를 위해서는 바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해양을 향한 진취적 기상을 일깨워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탄생은 단순한 해양수산 관련 행정의 일원화를 넘어 그 어느 국가보다 발 빠르게 세계화와 해양화의 거대한 파고에 대응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하며 "각종 법률과 제도·행정력 정비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해양 주도권을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토대로 'K-오션컬처(K-Ocean Culture·해양한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게 해양재단의 목표다. 문 이사장은 "K팝처럼 K-오션컬처가 세계 청소년의 사랑을 받고 우리가 만든 해양 교육 교재로 세계의 어린이들이 함께 바다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과업으로는 '재단의 재정 자립'을 꼽았다. 문 이사장은 "재단은 태동기를 지나 도약기에서 발전기로 발돋움하기 위한 몸짓 중"이라며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고 해양 문화와 해양 교육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 가는 등 사업 영역과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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