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학동 붕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이 사고 이후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발표한 '광주학동참사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상자 7명 전원이 사고로 인한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부상자 전원이 우울증을 경험했고, 부상자의 71.4%는 불안증과 불면증도 함께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 역시 절반 이상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유가족은 만성 두통에 시달리거나 환청과 망상 증상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와 유가족 모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유가족의 25%는 이미 극단적 시도를 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가족과 친구 간 불화를 비롯해 사회적 관계에서 부정적 갈등을 경험한 비율도 87.7%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이날 학동 참사를 비롯해 4·16 세월호, 10·29 이태원참사 등 8개 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트라우마 치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시와 동구, HDC현대산업개발은 학동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매우 심각한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3년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개입과 신체적 치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과 부상자를 비롯해 당시 구조·수습에 참여했던 경찰, 소방대원 등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도 필요하다"며 "전수조사를 실시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학동 붕괴 참사는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멈춰 있던 시내버스를 덮친 사고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주요 원인은 건축물 해체계획서와 안전지침 등을 지키지 않은 불법 철거 공사 등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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