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경제 부진을 겪어온 일본이 예산 편성과 정책 추진의 뼈대를 담은 경제 방침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을 디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날 역사적인 기회라고 평가했다.
12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 문서 초안을 공개했다.
이 문서는 정권의 중요 정책과제와 예산편성 추진 과정에서 기본 골격 역할을 한다고 해서 통상 '호네부토(骨太·골태) 방침'이라 불린다.
단 그간 언급되어 왔던 '탈(脱) 디플레이션 선언'까지는 담기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일본 언론을 통해 기시다 정권이 23년 만에 '디플레이션 탈피'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 등 일정 정도 '선순환' 흐름이 만들어져 물가의 지속적 하락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된 것으로 본 것이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인정한 것은 2001년이다. 그해 3월 월례 경제보고에 맞춰 공개한 자료에서 "(일본 경제가) 완만한 디플레이션에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당시 일본은 거품(버블) 경제 붕괴 뒤 1990년대 중반부터 물가 하락, 기업 실적 악화, 임금상승 정체, 개인 소비 부진 등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불충분하다는 인식 하에 '탈 디플레 선언'까지는 발을 내딛지 않았다고 전했다.
초안은 또 재정·사회보장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는 2030년 이후에도 실질 기준 1%를 웃도는 안정적 경제성장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적인 조치를 검토한다"는 문구도 담았다. 2나노(㎚·10억분의 1미터) 반도체를 2027년부터 양산하려는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대한 지원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이 밖에도 2024년도에 일반 도로 약 100곳에서 차량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25년도에는 이를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으로 확대한다는 정책 내용도 포함됐다. 버스, 트럭 운전기사 부족 해소 문제 해결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번 초안에는 지난해 기본방침에는 담기지 않았던 달러 대비 엔화 약세에 대한 내용도 거론됐다. 엔화 약세가 개인소비에게 위험 요인이라고 보고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가계 구매력에 영향 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