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에 대한 현장검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 제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우리은행 본점과 사고가 발생한 김해지점에 대한 동시 조사를 진행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파악할 계획이다. 구체적 검사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만에 또다시 1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실패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 행장 등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제 제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책무구조도 도입이 담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은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사고인 만큼 CEO를 포함한 경영진 대상의 중징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700억원대 횡령 사건 당시에도 금감원은 연루된 직원들에 대해 감봉,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린 반면, 사고가 발생한 당시 각각 우리은행장과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을 맡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CEO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한 충분한 전례가 쌓이지 않았고, 직접적 감독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부 통제 책임이 있는 임원에 대해서도 견책 상당, 주의 상당, 주의 등의 경징계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다만, 금융범죄 엄단을 강조하며 내부통제의 철저한 관리를 강조한 감독당국의 기조를 역행한 것이어서 이번엔 과거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르면 다음달 발표되는 BNK경남은행의 제재 수위가 우리은행의 제재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의 횡령 규모와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 부실, 당국 보고 지연 등의 문제를 감안할 때 경남은행이 경영진 징계를 포함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법 시행과는 별개로 조 행장을 포함한 은행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의 검사 기능과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기준과 여신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사고를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규모와 빈도 차원에서 볼 때 우리은행의 반복되는 거액의 횡령 사고는 단순히 직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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