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7회 연속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 방향성을 담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1회 0.25%포인트 인하를 예고했다. 지난 3월 제시한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보다 인하 폭을 크게 줄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연내 2~3회 인하에 무게를 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을 밑돈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점도표와 경제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발언한 점에 주목했다.
연준, 연내 1회 인하 ‘무게’···“더 많은 긍정적 지표 필요”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연내 1회 금리 인하에 무게를 뒀다. 세부적으로 보면 위원 4명이 ‘연내 인하 없음’에, 7명은 '1회 인하', 8명은 '2회 인하'에 점을 찍었다. 연내 1~2회 인하를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연준은 내년에 0.25%포인트씩 4회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내년에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한 셈이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7월, 9월, 11월, 12월 등 4번이다. 점도표대로라면 연준은 연말께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월 5일 있을 미국 대선 전 열리는 마지막 FOMC인 9월 회의 전까지는 총 3번 월간 CPI가 발표된다. 물가와 고용지표는 계속해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좌우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들을 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꽤 양호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어떠한 단일 데이터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더 많은 긍정적 지표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지표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완화됐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현재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탄탄하지만 과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시장이 '노멀'로 간주되는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재진입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거비 둔화 속도가 느린 점 등을 우려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연말 전망치(평균)는 3월 2.4%에서 2.6%로, 근원 PCE 전망치는 2.6%에서 2.8%로 상향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실업률 전망치는 각각 2.1%, 4.0%로 3월과 변동이 없었다.
시장 5월 CPI에 '환호'···9월 인하 기대
점도표와 파월 의장 발언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지만 시장은 환호했다. FOMC 회의 직전 공개된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하며 전문가 예상치(3.4%)를 하회한 영향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4월 3.6%에서 3.4%로 둔화했다.이에 시장에서는 첫 금리 인하 시기로 9월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로런스 메이어 전 연준 이사는 5월 CPI에 대해 “이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라며 “금리 인하 전 더 많은 것을 확인해야 하지만 첫 금리 인하는 9월이 유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CPI와 FOMC 회의 전 46.8% 수준이었던 것이 발표 후에는 56.7%로 1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은행 등이 첫 금리 인하에 나선 점도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키웠다.
아울러 파월 의장이 보수적으로 금리를 전망했다고 밝힌 점도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다. 파월 의장은 5월 CPI가 SEP에 반영된 것과 관련해 "오늘 아침 관련 보고를 받았고 사람들은 (금리 전망을) 변경할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일반적으로 대부분은 정책 회의 도중에 이러한 데이터가 도착하면 예상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연말 근원 PCE 상승률 전망치를 2.8%로 상향 조정하는 등 4월 PCE(2.8%)와 동일하게 제시한 것은 연준 위원들이 5월 CPI를 간과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파월 의장이 5월 CPI 결과가 경제 전망과 점도표에 반영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며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망(점도표)들에 대한 중요성을 감소시켰다"고 평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