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달러 강세 현상으로 외화 예수금이 급격히 줄자 '콜머니’로 외화 예수금 확보에 나섰다. 콜머니는 자금 확보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은 늘고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이 콜머니를 통해 조달한 총 외화 자금 규모가 확대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총 33억3500만 달러였지만 올해 1분기 말 37억2200만 달러로 3개월 새 약 11.6% 증가했다. 늘어난 금액은 원화 기준 5331억원 수준이다.
콜머니는 은행 간 초단기로 빌려오는 외화 자금으로 △예수금 △차입금 △사채 등과 함께 은행권의 대표적인 외화 조달 수단으로 쓰인다. 콜머니가 늘어났다는 건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급하게 외화 자금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은행이 모두 콜머니가 늘었다. 그 가운데 국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 말 11억24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14억9000만 달러로 3억6600만 달러 증가해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은행별 콜머니 규모는 △우리 9억1400만 달러 △하나 5억2600만 달러 △신한 4억200만 달러 △농협 3억9000만 달러 등이다.
올해 1분기 콜머니를 늘린 배경에는 외화 예수금 축소가 자리한다. 5대 시중은행의 총 외화 예수금은 지난해 4분기 말 1258억80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말 1177억1400만 달러로 6.5%가량 줄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1조원 넘는 자금이 한 개 분기 만에 사라진 것이다.
특히 달러는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수금은 지난 1월부터 꾸준히 감소해 5월까지 59억4672만 달러(약 8조1916억원) 줄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환차익을 노린 이들이 대거 인출해간 탓이다.
문제는 콜머니 비중이 늘면 은행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데 있다. 고객이 외화를 예치해서 생기는 예수금과 달리 돈을 빌려오는 콜머니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높다. 또 국내외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콜머니를 조달할 수 있는 자금처도 급감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항상 평균적으로 외화 자금을 일정 규모 보유하고자 한다”며 “예수금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콜머니 같은 다른 외화 조달 수단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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