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 대환대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불리고 있는데다, 기존 시중은행권과 달리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를 피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인가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에는 소홀하고 주담대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당국의 관련 정책 칼질과 제4인터넷은행 인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뱅크)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767억원으로, 전년동기(843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가 1019억원에서 1112억원으로 9.1% 늘었고, 케이뱅크는 104억원에서 507억원으로 약 5배가량 늘었다. 토스뱅크는 전년 1분기에 28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올 1분기에는 148억원 흑자전환했다.
인뱅의 이 같은 성장세는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와 맞물려 주담대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 인뱅 3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약 31조3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6조626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4조7700억원(17.91%) 늘었으며, 지난해 1분기 말(16조7400억원) 대비 약 2배가량 해당 수치가 늘었다. 대출 잔액이 인뱅 3사의 14배 수준인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주담대 잔액이 1분기 6조6267억원(431조9299억원→438조5566억원·1.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인뱅의 주담대 증가세는 훨씬 가팔랐다.
아울러 최근 대두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홍콩 ELS 손실 위험 등을 피해가면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운 상태다. 여기에 오는 9월부터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을 담보로 한 대출도 주담대 갈아타기 이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인뱅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인뱅이 '중·저신용대출 공급'이라는 본래 인가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한 모습이다. 인뱅 3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인 '30%'를 모두 넘어섰지만, 이는 당국이 올해부터 목표치를 30%로 하향하고, 비중 산정 방식도 개선한 영향이 작용했다는 견해다.
실제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올라갔지만, 수익이 어디서 나왔는지 보면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지 않은 주담대에서 수익이 났다"며 "이것이 원래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도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수익을 성장시킬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대환은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 잘 내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주면서 뺏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업은 저희가 생각한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하향 조정된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를 올리는 등 추후 당국의 인뱅 칼질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제4인터넷은행에 출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계획 타당성 인가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편 현재 더존뱅크, U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4곳의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4곳 모두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공략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중·저신용자가 주력인 기존 인뱅 3사와 차별화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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