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경매 규모가 4700억원에 육박해 지난 2013년 이후 최대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파산하는 아파트 소유주가 급격히 늘어 매물이 쏟아지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경매 시장에서도 알짜 매물만 낙찰되는 옥석가리기 경향이 관측된다.
16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경매 시장에서 낙찰된 서울 아파트 매각가는 합계 469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88억원의 2.6배가 넘는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13년 5430억원 이후 11년 만의 최대치다.
이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으나 고금리가 이어지며 대출 이자 등을 갚지 못한 영끌족 소유주들의 아파트가 다수 경매에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1~2022년 사이에 기준금리가 0.5%에서 3.5%까지 순차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저금리 당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한 소유주들도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매는 대부분 강제·임의경매로, 채무자인 아파트 소유주가 금융기관이나 채권자에게 채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게 될 경우 담보로 설정된 아파트가 경매 절차를 밟게 된다.
아파트 소유주 파산이 늘어나는 경기 침체기에는 서울 아파트 경매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4624억원으로 규모가 컸다. 이후 차츰 규모가 줄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2000억원을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양적완화가 단행되고 0.5% 수준의 저금리를 기록했던 2020년에는 1013억원으로 경매 규모가 가장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된 2021년과 2022년에도 1215억원과 1043억원으로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았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듯 11년 만에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경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매각율(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된 건수)은 42.06%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던 지난해(32.88%)를 제외하면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경매 시장에서 알짜 매물만 낙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송파구가 498억원, 강남구가 491억원, 서초구가 390억원으로 아파트 경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강남3구의 매각가 합계는 1379억원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 경매의 29.37%를 차지했다. 반면 중구(26억원), 금천구(28억원), 중랑구(40억원), 종로구(48억원) 등 100억원을 밑도는 지역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집주인이 파산하면서 경매 물건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며 "올해 갑작스레 매물이 늘어나면서 경매 시장 참여자들이 강남3구 등 눈에 띄는 매물을 우선적으로 낙찰받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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