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서민의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은행·비은행 할 것 없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은행권 대출은 늘어나는 데 반해 저신용자 자금 창구인 비은행권 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취약 차주는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총대출금(말잔)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2295조44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2266조4688억원)와 비교해 28조9716억원(1.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은 1297조7490억원에서 1294조7839억원으로 2조9651억원(0.2%) 줄었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자산운용회사, 생명보험회사 등이 포함된다.
비은행권 중 신탁사(7%)와 자산운용사(1.9%)를 제외한 대부분 금융회사는 대출이 역성장했다. 여신 규모가 가장 큰 상호금융 업권(385조5537억원)에선 새마을금고(183조4972억원)와 신협(106조7465억원) 여신이 각각 2.5%, 1.3% 감소했다. 이 밖에도 △저축은행(-2.6%) △생보(-2.1%) △종합금융회사(-0.2%) 등 여신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비은행 대출이 감소하는 건 최근 계속되는 금리 불확실성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가 비은행권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 흐름 속에 자금 조달 난항과 고금리 차주 증가에 따른 신용 위험 확대는 은행과 비은행 모두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하지만 신용이 튼튼한 고객을 다루는 은행과 달리 비은행은 서민·취약계층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어 여신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높아질 대로 높아진 연체율은 비은행권 여신 성장에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실제 비은행권 PF 연체율은 △증권 17.57% △저축은행 11.26% △여신전문 5.27% 등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게 뛰었다는 은행권 연체율은 0.43%였다. 같은 충격이어도 비은행 대출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경향이 하반기에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은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중 비은행(-10) 대출 태도는 강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는 은행권 대출행태(-3)보다 세 배 이상 강한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 -27 △저축은행 -21 △생보 -10 △신용카드 -6 등으로 나타났다. 대출 태도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차주 측 신용 위험을 높게 보고, 대출을 더욱 까다롭게 내준다는 뜻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도 연체율 상승과 더불어 충당금 적립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이런 우려를 고려하면 부동산 PF 위기를 진정시키고 연체율을 관리하는 것이 (비은행권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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