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이르면 이번 주 예상되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한국과 중국은 서울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오물 풍선'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남·북·중·러 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6월 중순께 서울에서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 공식 발표 전이지만, 개최일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도착할 것으로 점쳐지는 18일이 유력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함께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다. 양국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국장급 대화를 연 경험이 있으나 차관급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에서는 차관이, 국방부에선 국장급 관료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9년 만에 재개되는 대화에서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군사정찰위성·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중 관계, 북·러 협력 문제 등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 측은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재차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 발표 당시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되자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해, 한·중 양국이 안보 문제를 두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북한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임박한 징후가 여럿 포착되고 있다. 데일리NK는 지난 14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전날 평양과 국경 지역에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휴전선 일대 전방군단 경계가 강화되고 북·중 국경지역 경비대엔 실탄 3발이 지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도심도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미국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는 축하행사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구조물이 발견됐다. 통상 북한은 중국, 러시아 고위급 인사 방문이나 열병식을 앞두고 광장에 구조물을 설치해 왔다.
아울러 북한의 대표적인 귀빈 숙소 평양 백화원 영빈관 입구에는 붉은색 물체가 포착됐다. 백화원은 북한을 방문한 역대 한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이 머문 숙소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외관 단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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