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번째로 추진한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또다시 무산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제4이통사를 위한 주파수를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의 재정적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취소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자의 재무 능력과 신뢰성 문제라고 했지만 과포화 상태인 통신 시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예견된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스테이지엑스가 정부의 자격 취소 결정에 반발해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히면서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의 제4이통사 후보자격 취소 결정은 정부만 제외하고 전문가와 업계 등 대부분이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화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이번 정부의 취소 발표가 통신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졸속 정책이었음을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면서 "과기정통부의 근시안적 사고가 불러온 완전한 정책 실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할당하려던 5세대(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기존 통신 3사들도 포기한 주파수다. 28㎓ 대역은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앞에서 회절성이 매우 취약하다. 이 때문에 더 촘촘하고 더 많은 기지국과 장비가 필요하고, 3.5㎓보다 최소 5배 이상 많은 투자비가 소요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재정능력 부실 사업자의 참여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변재일 당시 민주당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28㎓ 신규 사업자의 자격과 요건' 국회 토론회에서도 28㎓ 주파수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기존 사업자와 경쟁하려면 최소 1조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안 교수도 "28㎓ 대역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할 신규 제4이통사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재정능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 조건"이라면서 "정부는 등록제라는 단 하나의 이유를 들어 재정 능력 문제에 매우 소홀했고 사전 검증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과포화 상태의 국내 통신 시장에선 제4이통사 탄생으로 이통사 간 경쟁 촉진을 기대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안 교수는 "국내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이통사가 3개고 알뜰폰사업자는 수십 개나 된다"면서 "이통사 수가 부족해서 통신시장 경쟁이 미흡한 것이 아니다. 인도·중국·미국 등 우리보다 인구수가 훨씬 많은 나라도 이통사는 3~4개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된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인 제4이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기존 사업자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1조원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통신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인 데다 자본 잠식 상태인 스테이지엑스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 납입 시점, 주파수 할당 절차 등 시각차가 존재해 한동안 법률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필요서류 제출 시점인 5월 7일까지 자본금 2050억원 납입 완료가 필수조건이라고 보았지만, 스테이지엑스 측은 이와 관련해 "법령상의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할당신청 '적격' 통보를 받은 주파수이용계획서상 자본금 2050억원의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파수 할당 과정 중 '적격 검토' 과정을 거쳐 경매가 진행됐는데, 적격 검토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경매 참여 자격을 부여하는 절차'로 보았으나, 스테이지엑스는 이를 과기정통부가 제출 서류 내용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이 정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5G 28㎓ 주파수 할당대상 법인 선정을 취소할 예정이고, 조만간 이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할당신청서에 적시된 자본금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주파수 할당대가(90%)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적절한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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